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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로 새긴 그날의 상처’ 안창홍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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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조각 통해 시대를 기록한다
안 “작품 통해 시대를 유추할 수 있어야”
7월 16일까지 부산 조현화랑

안창홍 작가[사진제공=조현화랑]

안창홍 작가[사진제공=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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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지난해 겨울, 7시간 반 정도 운전해 팽목항을 방문했다.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추운겨울이었는데 그날따라 바람도 많이 불었다.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예술가들도 지난 몇 년을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게 보냈다.”

안창홍(64) 작가의 작품 ‘눈 먼 자들(2016)’에는 ‘2014416850’ 번호가 두상 이마에 바코드 번호처럼 새겨져 있다. 해당 번호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2014년 4월 16일 8시 50분을 의미한다.
그만큼 세월호 사건은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안 작가는 “쉽게 이야기해 인간의 이기심으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몰살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찬·반이 갈리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재갈을 물린다. ‘놀러가다 죽었는데 왜 대통령을 괴롭히냐’는 말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면서 “‘눈 먼 자들’ 뜻은 결국 ‘눈을 뜨고 있으되 진실을 보지 못하는 개인’이다. 탐욕과 야망, 자본에 눈 먼 자들을 형상화 했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된 타락한 자본주의, 인명천시사상, 전쟁에 희생된 아이들, 방종과 부조리, 빈부격차 문제 등을 지켜보니 마치 내가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사는 듯 했다”고 했다.

당초 맨드라미를 소재로 회화작품을 시도했다. 민초(民草)를 주제로 ‘맨드라미’를 의인화해 인간의 삶을 꽃밭과 연결시켰다. 그 후로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2014년 서울의 더 페이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그는 맨드라미를 모티브로 한 ‘뜰’ 연작과 함께 ‘눈 먼 자들의 도시(2014)’로 이름붙인 보라색 조각을 공개했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조각에서 가면으로 작품 활동이 이어졌다.

눈먼 자들,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213×117×110㎝(왼쪽)/ 눈먼 자들의 도시 2014, 스티로폼 위에 석고붕대, 아크릴릭 104×56×63㎝ [사진제공=조현화랑]

눈먼 자들,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213×117×110㎝(왼쪽)/ 눈먼 자들의 도시 2014, 스티로폼 위에 석고붕대, 아크릴릭 104×56×63㎝ [사진제공=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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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을 탐구해 온 안 작가는 이것이 일생을 걸고 천착해야 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했다. 최소한의 형태만 있다. 두상 조각은 표정이 거의 보이질 않고, 가면 작품은 눈동자가 없다. 어느새 표정 변화 없이 눈먼 자로 살아가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다. 가면은 회화와 조각이 만났다. 그는 “장르 속 장르다. 회화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입체작품에 페인팅을 직접 한 것이다. 입체회화라고 볼 수 있다. 부조 형식의 가면에 다시 붓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인 가면과 조각 작품 모두 심혈을 기울였다. 두상은 일단 흙으로 똑같은 모양을 만든다. 그 두상을 바탕으로 거푸집을 만든 뒤, FRP(섬유강화 플라스틱) 재질로 떠낸다. 이후 작업실에서 그 위에 도료와 아크릴 물감을 칠한다. 가면 작품도 마찬가지다. 떠내온 가면은 여러 조각으로 잘라 덧붙이며 형태를 만든다. 그는 “공개되는 신작들은 모두 혼자서 오후 12시부터 새벽2시까지 꼬박 작업한 것이다. 1년 반 정도 걸렸다. 사다리를 타고 수백 번씩 오르락내리락했다”고 말한다.

가면 시리즈,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155×110×50㎝[사진제공=조현화랑]

가면 시리즈, 2016, 합성수지 위에 아크릴릭, 155×110×50㎝[사진제공=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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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작가는 변화에 민감한 작가로 시대를 기록한다. 오랫동안 민중미술을 추구해온 그는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사회로부터 받은 소외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그의 ‘베드 카우치(2008-2010)’ 연작은 민중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다.

안 작가는 “나는 진보적인 사람이다. 5.18 당시에도 부산 작업실에서 일했는데 실제 안기부에 조사를 받기도 했다. 파출소에는 내 담당 형사가 있을 정도였다. 사실 반정부 작가가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하는 작가일 뿐이다. 작가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관람객이 먼 훗날 그 시대를 작품을 통해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적인 변화는 추구해도 내재된 철학만큼은 변함없다. 최근 정치 상황이 바뀌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데 빛과 그늘이 항상 공존한다. 아무리 유토피아가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늘진 곳이 있기 마련이다. 부조리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그것을 끊임없이 파헤치고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작품은 세월호 사건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그는 ”작품을 좀 더 숙고하고 큰 규모의 작업이 될 것 같아 자료를 모으고 있다. 공격적으로 작업하려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심층적으로 분석해 조형적으로 표현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26일 부산 조현화랑에 문을 연 안창홍 작가의 개인전 ‘눈먼 자들’은 오는 7월 16일까지 계속된다.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가면 시리즈와 조각 작품 등 20여점을 공개한다.

작가 작업실 [사진제공=조현화랑]

작가 작업실 [사진제공=조현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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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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