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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끊임없는 열공"…SK이노 엔지니어 '세계 일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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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엔지니어, 다른 직군 대비 5개월 추가교육
150여개 공정 이론부터 직접 설계·현장 교대근무까지
SK이노, 'CLX 유니버시티' 만들어 사내교육 재정비
스카웃·O&M·벤치마킹 등 해외 러브콜 쏟아지는 동력


▲21일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내 역량개발센터에서 신입 엔지니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21일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내 역량개발센터에서 신입 엔지니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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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올해 1월 입사한 SK이노베이션 신입 엔지니어 30명은 요즘 대학 때 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오전 8시반 울산 석유화학단지(CLX) 내 SK이노베이션에 도착하면 곧바로 전날 배운 과정을 퀴즈로 푼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오후 4시가 넘어 끝난다. 교육을 마친 후에도 다음날 퀴즈를 풀려면 복습을 멈출 수 없다. 강사가 주는 과제도 끝내야 한다.
21일 오후1시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에 위치한 역량개발센터 5강의실에서는 '플레어 시스템' 수업이 한창이었다. 플레어 시스템은 에펠탑처럼 생긴 높다란 기둥 꼭대기에 아황산가스 등 유해가스를 보내고 100%로 연소시켜 대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신입 엔지니어들은 졸린 눈을 비벼가며 공정 트러블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강사는 외부에서 초빙된 사람이 아닌 고참 선배였다. "정욱이가 핀치에 대해 설명해봐." 이진형 SK에너지 공정기술팀 과장은 중간중간 질문을 더해가며 신입 엔지니어들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엄기석 사원은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디테일하고 어려운 내용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난이도가 높지만 현장에서 꼭 필요한 공정인 만큼 재밌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현업에 배치된 다른 직군과 달리 신입 엔지니어들은 오는 8월까지 5개월 간 추가 교육을 받고 있다. 업무 특성 상 현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정유ㆍ석유화학 엔지니어들은 매일 제품별 생산ㆍ출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조정한다. 공정 운영의 속도를 높이고 같은 규모의 원료를 투입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등 생산성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엔지니어의 몫이다.
신입 엔지니어 교육에는 이러한 과정이 모두 담겼다. 일반적인 이론 뿐 아니라 150여개 크고 작은 공정에 대해 자세히 배운다. 이론 수업이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직접 설계도도 만든다. 습득한 이론이 실제 업무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후 한 달 동안은 4조3교대 현장 근무에 나선다. 생산직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론들이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다. 최민석 CLX역량개발팀 부장은 "현장을 모르면 배운 내용을 적용할 수도 없다"며 "현장의 가치를 깨닫기 위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현업에 배치된 후에도 공부는 끝나지 않는다. 각 팀별로 만든 프로그램에 맞춰 때마다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재정비한 사내 교육 체계, 이른바 'CLX 유니버시티' 과정의 일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던 교육과정을 연차별로 필요한 교육에 맞춰 재정비했다. 실제 시행되는 것은 올해부터다. 신입 엔지니어들의 교육 과정도 이에 맞춰 순서를 재정비하는 등 새로 구성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전문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핵심역량과정(심화과정)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최 부장은 "그동안엔 통일된 교육 체계가 없었고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운영돼왔다"며 "일반적인 이론이 대부분이었다면 자기가 맡은 업무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구체화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원칙은 직책자가 구성원들을 가르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김준 총괄사장은 "실행력 제고를 위해선 직책자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임원ㆍ팀장급이 적어도 한개의 강의를 진행하도록 했다. 최 부장은 "공정이 안정화되다보니 실수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생생한 기회가 많이 줄었다"며 "고참선배들의 경험 전수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랜 경험과 체계적인 교육이 쌓여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들의 기술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2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국내 엔지니어 50여명을 스카웃했을 때도 SK이노베이션의 엔지니어들이 가장 많았다. 해외 정유ㆍ석유화학 공장에 SK이노베이션 엔지니어들을 보내 대신 운영을 해주는 O&M 사례도 늘고 있다. 최 부장은 "다음달에는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 엔지니어들이 공부 차 SK이노베이션 울산 공장을 방문한다"며 "올해 총 3곳에서 130여명이 기술을 전수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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