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불안, 우울 도피처로 삼아…소통 욕구 강해 SNS 이용도 남성 2배
일본 온라인매체 '시라비'가 지난해 흥미로운 조사를 했다. 20~60대 남녀 1340명에게 "PC와 스마트폰 중 문자입력 속도가 더 빠른것은?"이라고 물은 것. 응답자 90%가 역시 컴퓨터로 문자를 입력하는 게 빠르다고 답했다. 그런데 20대 여성에게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이들중 5명 중 1명은 스마트폰이 더 빠르다라고 답한 것이다.동년배 남성의 경우는 12.8% 정도였다. 20대 여성들이 스마트폰 환경에 훨씬 더 익숙해져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사결과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젊은 여성이 스마트폰 중독에 취약하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 13일 보건복지부의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스마트폰 중독 유병률은 18.2%인 반면 다른 연령대는 모두 5% 이하였다. 같은 연령에서 성별 상황을 살펴보면 남성(12.0%)보다 여성(24.5%)의 중독이 훨씬 심각했다.
지난해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스마트폰 중독에 더 많이 걸리기 쉽다는 최초의 학문적 결론을 냈다. 그는 2013년 경기도 수원 시내 6개 대학의 남녀 학생 123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의존도와 불안감을 측정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의 52%가 하루 4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했으며 남성의 경우(29.4%)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여성 22.9%, 남성 10.8%로 여성이 두 배 이상이었다. 5명중 1명(20.1%)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을 때 평상시보다 불안정한 느낌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장 교수 논문에 따르면 여성의 51.7%가 SNS를 스마트폰의 주요 용도로 꼽았다. 남성은 SNS(39.2%), 게임 등(23.9%)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비율이 여성에 비해 높았다. 장교수는 "네트워킹과 의사 소통에 대한 욕구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네트워크(SNS)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재연 교수와 김대진 교수 연구팀의 논문을 종합하자면 PC보다 스마트폰으로 SNS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가장 위험하다는 비교적 명료한 결론이 나온다.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미국 뉴욕주립대 빙햄턴 캠퍼스 연구팀이 대학생 182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스마트폰 과몰입, 중독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젊은 여성 스마트폰 중독자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2015년 영국매체 BBC는 아시아인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다룬 기사에서 휴대폰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19세 한국 소녀 윤 모양을 인터뷰했다. 윤 양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이 내 세계의 전부"라며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윤양은 별다른 취미를 가지지도 않았고 학교 생활도 불가능할 정도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중독과 연관된 쾌감 호르몬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을 마약이나 도박처럼 법적인 중독요인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디지털뉴스본부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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