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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보수]전례 없는 보수층의 고민…고개 드는 '차악' '대안' 선택론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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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보수층, '덜 싫은 후보' 누구냐를 놓고 고민

전례 없는 보수 표심의 갈등,
'각자도생' 외치는 중도·보수 후보 사이에서 우왕좌왕

유권자 스스로 '심리적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예측의 틀이 될 과거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불과 34일 남은 이번 대선을 놓고 전문가들은 고개부터 좌우로 흔들었다. 과거 어떤 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보수 진영의 '약세(弱勢)' 때문이다.
과거 대선에선 보수 진영에 보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주축 후보가 늘 자리했고, 보수 정당은 40% 이상의 표를 쓸어가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보수 진영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여지껏 지지율이 15%가 넘지 않는다.

여기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과연 누구를 찍을 것인가' '보수 후보에게 투표하면 사표(死票)가 되지 않을까' '더 싫은 후보를 피하기 위해 조금 덜 싫은 후보를 찍어야 하는가' 등이다. 덕분에 보수층은 이번 대선의 당락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보수층의 고민은 벌써부터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차악 선택론' 혹은 '대안 선택론'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보수층에 앞서 부동층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이번 주가 선거캠프마다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5자 구도'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이곳저곳 분산됐던 경선 탈락 후보들의 지지층이 어디로 옮겨가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선거판에선 경선 탈락 후보들의 지지층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이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경선 탈락자인 김진태 한국당 의원의 표가 생각만큼 많이 옮겨가지 않았다. 권 실장은 "지난주 7.5%이던 홍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 3~4일 조사에선 10% 선까지 올랐다"면서 "탈락한 김 의원의 지난주 4.8%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12% 넘는 지지율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의 지지층 상당수가 아직까지 누구를 선택할지를 놓고 관망 중이라는 얘기다.

권 실장은 "기본적으로 홍 후보로 이번 대선을 치러낼 수 있을지, 대안으로서 (나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만한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층도 어디로 갈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예상대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안 지사의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를 흡수했지만 남은 안 지사 지지층 중 일부는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안 지사 지지층 중 적잖은 사람들이 보수층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권 실장은 "안 지사 지지층은 민주당, 비(非)민주당 지지층으로 절반씩 나뉜다"면서 "비민주당 지지층 가운데는 (원래) 국민의당보다 바른정당, 한국당 지지층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는 앞으로 보수층이 어떻게 움직일지, '차악 선택론'이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이들 보수층이 앞서 안 지사를 지지했던 동기가 바로 대안 찾기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보수 진영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해 안 지사 지지로 대거 이동한 이들 보수층은,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각 당의 경선 탈락자를 지지했던 보수층이 보수 정당 후보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일부가 안철수 후보 쪽으로 선회한 것도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현상이다.

권 실장은 "오는 15~16일 후보자 등록 전까지 약 일주일간 보수층 내에서 선거 캠페인을 통해 (떠도는) 보수층을 결집하지 못하면 안철수 후보에게 '대안 선택론' '차악 선택론'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다만 어느 선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될지 불확실하고, 홍 후보가 이를 차단해 이 기간 동안 지지율을 15%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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