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정읍 구제역 유전자 일치…백신 접종체계 구멍

구제역 방역 현장(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구제역 바이러스가 서로 같은 유전자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전북 정읍의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형(O ME-SA Ind 2001)과 일치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읍 바이러스 분석 결과 보은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했다"면서 "방글라데시 돼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도 99.5% 일치하는 상동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은과 정읍 구제역 발생 농장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에 역학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보은과 정읍 농장은 거리상으로 170㎞ 이상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거리상으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오고 얼마나 움직였을지에 역학조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구제역 발생으로 농가 젖고 195마리가 살처분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울러 정부가 지난해 확인했던 소, 젖소 농가들의 백신 항체형성률 97.5%를 밑도는 농가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어 백신 접종 체계에 구멍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본부가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과 정읍 농장 인근 3㎞ 이내에 위치한 농장을 일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농가에서의 항체형성률은 세계보건기구(OIE)에서 제안하는 백신 항체형성률인 80%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은의 경우 11개 젖소농가를 조사한 결과 6개 농가에서 항체형성률이 88~100%를 기록했지만 4개 농가는 80%를 넘지 않았고 1개 농가(72두 사육)에서는 아예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우농가 13개를 조사한 정읍은 80% 이상 항체형성률을 보장하는 상태의 농장은 6개 농가였다. 80% 미만 농가는 6개이며 1개 농가(1두 사육)에서는 항체가 나오지 않았다.

구제역이 발병한 보은과 정읍 농가의 백신 항체형성률은 각각 20%, 5%에 불과했다.

박 본부장은 "농가에서 젖소의 원유 생산량 줄어들거나 송아지 유산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면서 "백신 구매 기록을 확인한 결과 1회 접종하는 백신은 구매하지만 2,3번 접종하는 백신을 구매하는 농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의 백신항체검사를 강화하고 관리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현행 농장별로 1마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검사를 6마리로 늘리고, 사육두수나 성별, 연령 등을 고려해 농장에서 검사 표본을 추출하기로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