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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덫' 재계 "그때로 돌아가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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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자 요청 거부하면 사업 못하는 현실…"한진해운 사례처럼"
- 지원요구 응하면 배임죄 뇌물죄 꼬리표…"줘도 안줘도 결국은 기업 피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그때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바라보는 재계의 심경이 복잡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계를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면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꼬집지만 재계는 같은 질문을 되뇌고 있다. '그때'로의 회귀에 대한 물음은 그러나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어정쩡한 답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정경유착'의 뿌리 깊은 운명 속에서 권력자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운 재계의 처지가 함축돼 있는 것이다. 피해자일 수도, 또는 피의자일 수도 있는 상황을 잘 알기에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이 순간까지 재계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덫' 재계 "그때로 돌아가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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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살여탈권 쥔 '권력 칼날'=검찰과 특검 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기업을 상대로 최순실씨 쪽 지원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난다. 자금 지원이 늦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불만을 표출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진해운 퇴출을 둘러싼 의혹은 논란의 초점 중 하나다. 최순실씨 사업을 도우라는 정부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미르재단 출연금도 적게 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특정 기업 퇴출을 둘러싼 괘씸죄 논란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로 정부는 기업의 각종 사업과 인허가 추진에 결정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 밉보이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기업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1980년대 재계 서열 7위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된 사건은 재계에 깊이 각인돼 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 쪽의 일해재단 모금에 국제그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해체됐다는 게 논란의 뼈대다. 이 사건은 한국 기업이 직면한 냉정한 정치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헌법재판소 1993년 7월 "공권력에 의한 국제그룹의 전격적인 전면 해체 조치는 헌법에 규정된 개인 기업 자유와 경영권 불간섭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했다.

헌재가 국제그룹을 해체시킨 정부 조치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잘못을 바로잡았지만 국제그룹은 이미 공중분해된 뒤의 조치였다.

◆지원 요구 응하면 배임죄·뇌물죄 덫=기업은 한국의 정치현실에서 청와대(정부)의 지원 요구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르는 불이익을 고려해서라도 가능한 한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업이 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법적인 책임을 함께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뇌물죄(제3자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기도 하고, 대가성 입증에 대한 부담을 덜고자 횡령·배임 혐의를 함께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최순실 사건에서도 박영수 특검은 기업의 자금 지원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수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횡령·배임 혐의도 수사팀의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둘러싼 사건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검찰(특검)이 섣불리 횡령·배임 혐의를 적용했다가 뒤늦게 법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를 둘러싼 1600억원 배임 혐의에 대해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플랜트 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 인수를 통해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 13일 "단순히 사후에 큰 손실이 발생했다는 결과만 보고 형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회장 사건은 기업 수사와 관련한 섣부른 단정의 위험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현실에서 기업이 권력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들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면서 "검찰이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원이 최근 무죄 판결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혐의 적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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