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여의의 한 사무실에서 마주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뜻밖의 얘기부터 끄집어냈다. '중도보수의 빅텐트'가 조만간 펼쳐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향후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른바 중도세력으로 꼽히는 이들과 최근 만남의 횟수까지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답했다.
정 전 의장은 정치권의 중도세력이 헤쳐모이는 이른바 '제3지대'를 지난해 6월부터 반년가량 언급해왔다. "과거부터 쌓인 적폐를 씻어낼 도구"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리는 역시 개헌"이라며 "정 전 총리는 95% 정도 동의했고, 김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에 대해선 물음표를 남겼다. "직접 만나 얘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다.
정 전 의장이 꼽은 중도보수세력은 내년 1월 우후죽순처럼 창당에 나설 예정이다. 1월11일 이재오 전 의원의 늘푸른한국당이 출범하고 1월24일 개혁보수신당이 공식 창당한다. '동반성장'을 외치는 정 전 총리도 같은 시기 대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정 전 의장은 "손학규 전 대표도 1월 중 창당에 나설 것"이라며 "그런 '덩어리들'이 합쳐 하나의 큰 세력이 형성되고 이후 민주당 후보와 맞짱을 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문 전 대표를 꼽았다.
정 전 의장의 싱크탱크인 '새한국의 비전'도 이즈음 디지털 정당을 창당할 계획이다. 1월 국회 안에 설치될 개헌특별위원회와 반 총장의 귀국은 이런 흐름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