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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부인 "가와이 문화가 日 여성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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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 유능한 여성보다 귀여운 여성 더 좋아해…여성 인재들 귀엽게 보이려 애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昭惠) 여사(사진=블룸버그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昭惠) 여사(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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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유능하게 보이기보다 귀엽게 보이도록 애쓰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남성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昭惠) 여사(54)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가와이(귀엽다는 뜻의 일본어) 문화'가 일본 여성의 지위를 떨어뜨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 남성들의 경우 열심히 일하는 유능한 여성보다 귀여운 여성을 더 좋아한다"며 "이에 재능 있는 여성들조차 남성들에게 귀엽게 보이기 위해 애쓴다"고 덧붙였다.

요즘 결혼과 출산 뒤에도 계속 일하는 여성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대기업은 남성들의 세계다. 아베 여사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20대 때다. 이후 여성에 대한 일본 사회의 태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는 "바뀐 게 있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아베 여사는 여성들이 사회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의 목표는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관리직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 및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여성으로 메우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의 노력은 느리나마 진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내각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 고위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겨우 8.3%였다. 전년의 7.5%에서 조금 증가한 것이다.

아베 여사는 "여성들이 꼭 남성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할 필요는 없다"며 "승진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근로방식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며 "밤 늦도록 일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효율성 있게 일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東京)도 구니타치(國立)시의 히토쓰바시(一橋)대학에서 경영전략을 강의하는 이시쿠라 요코(石倉洋子) 명예교수도 "남성들이 여전히 많은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며 "유연근로제가 변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결혼 전 성(姓)이 마쓰자키(松崎)인 아베 여사는 모리나가(森永)제과 가문의 외손녀다. 그는 세이신(聖心)여자전문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뒤 도쿄 소재 광고업체 덴쓰(電通)에서 일했다.

이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주선으로 아베 신조를 만나 1987년 결혼했다. 아베 여사는 릿교(立敎)대학에서 사회디자인 전공으로 2011년 석사학위도 받았다.

아베 여사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개선과 관련된 세미나 등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좀더 넓은 의미의 사회적 다양성을 지원하면서 유명해졌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인물로도 유명한 그는 2014년 '도쿄 레인보우 위크'에 참가했다. 역대 일본 총리의 부인들 가운데 동성애자 퍼레이드에 참가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동성애 이슈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성소수자가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여사는 "여성의 견해가 정책에 반영될 경우 모든 부문에서 득이 되며 경제도 나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기업과 손잡고 여성 농민들이 이용하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프로젝트에도 관여해왔다.

아베 여사는 "여성의 의견 반영이 절실히 필요한 부문 가운데 하나가 정치"라고 지적했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아베 내각 각료 20명 중 여성은 겨우 3명으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라는 면에서 일본이 193개국 중 156위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여론조사 결과 여성들 사이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계속 낮게 나타났다. 게다가 여성들은 일본의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아베 총리의 움직임에 대해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아베 여사는 "여성이 수적으로 밀릴 경우 여성들의 의견 표현은 어렵다"며 "그러니 숫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뛰어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우 사교적인 아베 여사는 술을 못 마시는 남편과 달리 술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남편의 지역구에서 '아키'라는 애칭으로 라디오 방송 DJ로 일한 적도 있다. 선거 때마다 다른 지역구 지원으로 자기 지역구를 일일이 챙길 수 없는 남편 대신 유세에 나서곤 한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초라하게 사임했을 당시 아베 여사는 유기농 안주 전문 선술집을 구상했다. 2012년 가을 남편이 정계 복귀에 열 올리는데도 아베 여사는 자기 뜻대로 도쿄에서 선술집 '우즈'를 열었다. 우즈는 일본어로 '소용돌이(渦)'라는 뜻이다.

아베 총리는 부인이 가게에서 술 마시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선술집 여는 것을 허락했다. 아베 총리 부부 사이에 자녀는 없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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