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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아직 멀었다 / 이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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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광고에서 보았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옵니다.
 그 이유는, 인디언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얼마나 높고
 넓고 깊고 맑고 멀고 푸르른가.

 땅 위에서
 삶의 안팎에서
 나의 기도는 얼마나 짧은가.

 어림도 없다.
 난 아직 멀었다.
 ----------
 멀지 않았습니다. 결코 멀지 않았습니다. 정녕 멀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미 우리는 우리의 기도를 이루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의 기도가 다른 하나의 기도와 만나 간절함이 되고, 그 간절함이 다른 하나의 기도와 만나 따스함이 되고, 그 따스함이 다시 다른 하나의 굳센 기도와 만나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마침내 노래가 될 때까지, 우리는 한낮을 이어 밤새도록 촛불을 밝혀 기도를 하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였습니다. 백만 명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백만 명이 아니었습니다. 저 백만 명은 실은 우리 모두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저 청명한 십일월의 하늘을 향해 불타는 기도였습니다. "하늘은 얼마나 높고/넓고 깊고 맑고 멀고 푸르른가." 우리가 바로 그러했습니다. 삼십 년 전 유월의 하늘이 그랬듯, 그전 언젠가 오월의 하늘처럼 또한 그보다 더 멀리 사월의 하늘처럼. 우리는 스스로 유장하고 스스로 숭고하고 기어코 스스로를 기억해 냈습니다. 아니 지금 다시 그러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멀지 않았습니다. 정말 멀지 않았습니다. 필히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기어이 우리의 하늘이 될 것입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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