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의 분노가 폭발한 근저에는 손실금에 대한 단순한 아쉬움보다 공정치 못한 시스템에 당했다는 억울함이 더 짙게 깔려있지 않을까 싶다. 한미약품의 1조원 수출 계약 소식에 신이 났던 개미 투자자들이 또다른 계약의 해지 공시로 30분 만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는 것을 넋이 나가 지켜보는 동안 누군가는 공매도를 5만주 이상 쏟아내 순식간에 90억원을 벌었다. 이렇다보니 개미 투자자들의 분노의 화살이 이런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게끔 허용된 시스템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6일 국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 문제가 불거지자 공시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일 후 공시되는 공매도 공시 날짜가 조금 앞당겨진다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공매도 역차별 문제가 해소되기는 힘들다.
사실 공매도를 한다고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최근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 중 만도와 건설주 같은 경우는 주가가 많이 올랐다.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역차별이 문제라면 차라리 개인투자자들도 좀더 쉽게 공매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어떨까.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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