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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술값 인상을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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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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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난다. 술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음주는 질병, 가정폭력 등 범죄로 이어지며 가족과 조직사회는 물론 국가재정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음주율은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소년의 음주율(최근 30일 사이 1잔 이상의 술을 마신 사람)이 16.3%에 이르고, 이들 중 29.9%는 술을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구입했다(2014년 기준). 또 비즈니스 전문 뉴스매체 쿼츠(Quartz)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일주일에 평균 14잔의 술을 마시는데, 이는 술을 많이 마시기로 유명한 러시아인들보다 2배 이상 많다. 지난 2·4분기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었는데도 술과 담배 소비는 증가한 점을 예사로이 볼 일이 아니다.
한국인들은 청소년 무렵부터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술에 찌들어 산다는 얘기다. 삶의 무게가 너무 버겁기도 하지만, 근본 원인 중의 하나가 싼 술값이다. 같은 용량의 생수와 소주 값이 별 차이가 없다. 술이 너무 우리들 손 가까이 있다. 선진국치고 이런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음주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백해무익하다. 술은 습관성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잘못된 음주는 평생을 따라 다닌다. 청소년들의 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술값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

혹자는 소주가 대중주이며, 설사 세율이 인상된다고 해도 소주의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통한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서민층에게 가격 인상의 부담이 크게 돌아가는 서민 증세의 논란이 일 수 있다. 사정이 그렇다고 생수 값이 소주 값과 유사한 것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전자는 사람에 유익한 것이고 후자는 별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술값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정부가 술값 자체를 강제로 올릴 수는 없으며, 주세법상 세율을 올리는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데 주류에 적용되는 세율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주세는 술값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종가세(從價稅)와 주류의 양에 따라 변동되는 종량세(從量稅)로 대별된다. 전자는 술값 10만원에는 세율 70%가 부과되는 구조이고, 후자는 술 1㎏에 세율 70%가 붙는 구조다. 특히 후자의 경우 고급 술이든 저급 술이든, 양(量)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 주세는 종가세 방식이다. 술값에 따라 세율이 다르게 매겨진다. 이 경우 음주폐해를 방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중주인 소주 가격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프랑스 등 대다수 국가가 종량세를 채택한 반면 한국과 멕시코, 터키만이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주세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면 소주 값이 상승할 수 있다. 현재 출고가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하면 대중주인 소주와 위스키가 1 대 155인데 종량세로 전환하면 1 대 52로 가격 차이가 줄어든다. 다시 말해 소주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그래도 청소년의 주류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중장년의 과도한 음주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술값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 경우 고려할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주류업계의 경쟁력이다. 언제까지 과세체계로 이들을 보호할 수는 없다. 종량세 전환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주류업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본다.

중동 국가처럼 음주행위를 법이나 관습으로 금지할 수도 없고 그리해서도 안 된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면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하지만 품격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청소년과 중장년층의 과도한 음주문화는 근절돼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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