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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해결하라" 군수사 심장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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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해결하라" 군수사 심장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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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위치한 조사본부 건물 1층에 들어서자마자 한 눈에 들어오는 전시품이 있었다. 바로 천안함을 피격한 북한어뢰 '진품'이었다. 햇볕 영향으로 어뢰의 변질을 막기 위해 천으로 덮혀 있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진품 어뢰는 오는 9월 해군 평택 2함대로 옮겨질 예정이며 해군이 보유한 어뢰 모조품과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5층으로 올라가자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책상과 컴퓨터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심히 보니 컴퓨터 본체의 모양은 일반 컴퓨터 본체보다 2배가량 크고 이동식 디스크도 여러개를 동시에 꽂을 수 있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이 컴퓨터가 디지털 포렌식의 핵심장비"라며 "천안함 피격사건때도 바닷물에 한달간 잠긴 CCTV영상 6개를 모두 복원한 주인공"이라고 자랑했다.


이곳에서는 사이버테러범죄도 수사한다. 지난 3월에는 국방부 정책실 직원메일에 침입한 해킹메일과 지난 5월 국방부장관 명의를 도용한 SNS를 포착해 수사중이다. 올해 6월말 현재까지 군내 해킹시도 건수는 197건으로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14.7%(168건)이나 늘어났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사무실이 색다르게 보였다. 옆공간에는 유리관으로 막혀있는 서버실도 보였다. 서버실에는 50테라바이트(TB)의 디지털 증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서버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군내 사건의 모든 증거물이 가로세로 2m 크기의 서버안에 통째로 들어있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했다.


이주호 포렌식팀장은 "최근에는 삭제프로그램 등 디지털범죄 방식이 진화하고 있어 수사기법도 진화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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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타고 4층으로 내려가니 일반 상점에서 볼 수 있는 냉장고가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 상자를 보니 섬뜩했다. 상자에 적힌 문구들은 모두 '성폭력 증거채취', '살인현장 증거 1호' 등이었다. 바로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손톱, 타액 등을 담은 상자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이었다. 상온 4도를 유지하고 있는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검사기간 2주동안은 유전자변형이 없다는 것이다. 옆 사무실로 들어가니 국내 조사기관중에서 유일하게 조사본부만 하고 있는 임무가 눈에 들어왔다. 6.25전사자 유해를 유가족에게 돌려주기 위해 유가족들의 유전자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0년간 근무했다는 안희중 유전자 과장은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유전자는 6.25전사자의 유가족을 찾고 범인을 지목하는데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고 설명했다.


3층으로 내려가 총기흔적과 사무실로 들어가니 책상위에는 탄환들과 현미경 10여대가 일렬로 서 있었다. 총에서 탄환이 발사되면 탄피에는 공이 흔적이, 탄두에는 강선 흔적이 남는다. 이 흔적들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총기마다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총기사고현장에서 총과 탄환을 수거해 비교해 보면 어느 총에서 발사된 탄환인지 찾을 수 있다. 옆 사무실에서는 놀랄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1960년대 제작된 미국제 권총 등 130여종의 소총은 물론 680여종의 화약없는 폭탄이 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폭탄에 쓰이는 화약의 종류는 10여종이지만 어떤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혼합하느냐에 따라 테러국과 테러범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 내려가니 25m 길이의 골목길처럼 생긴 공간이 눈에 띄었다. 바로 사건현장을 그대로 재현해 총기를 발사해보는 총기발사 실험실. 실험실 옆에는 가로 4m, 높이 2m크기의 철통도 보였다. 총기사건현장의 소총을 모두 수거해 물이 가득 담긴 챔버(chamber)안에 사격을 하고 탄두와 탄피를 수거해 비교해 보는 장치였다.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증거를 검증해야하고 모든 실험을 재현해 재차 확인하는 것이 필수라고 관계자는 귀뜸했다.


건물을 빠져나오자 CIC라는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해 신뢰를 구축한다'는 뜻을 이어가기 위한 CIC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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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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