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물감이라도 푼 듯 달라진 강과 호소의 녹조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한다. 일각에서는 "상수원에 큰일이 생겼다"거나 "먹는 물이 위험하다"며 호도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영상이나 구호와 함께 이러한 주장을 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그런 줄 믿게 된다. 바로 알고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녹조에 대한 지식과 관심을 가진 이들은 이런 주장 앞에서 의아해 하거나 답답해한다. 녹조가 일상생활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녹조가 발생하는 것과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안전한 물을 만드는 일은 양립 불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녹조가 생긴 물을 직접 떠 마시지는 않는다. 특히 우리가 마시는 물은 보다 깨끗한 위치에서 선별 취수해 공인된 정수과정을 거쳐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최근 문제가 되는 극심한 녹조의 원인도 간단하다.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4대강 수체내의 영양염(질소·인) 농도에 더해 지난달 전국적인 집중호우로 낙동강을 비롯한 대하천의 상류에서 다량의 쓰레기와 영양물질들이 유입되고 전국적으로 섭씨 35도를 넘는 이상고온이 연일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가 설치된 하천에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추가적인 요인까지 복합으로 작용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고 이를 피할 수 있도록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원인을 명백히 밝혀 책임을 물을 필요도 있다. 그렇지만 최근의 사례와 같이 여름철 고수온기의 일시적인 자연 현상을 두고 '독성물질' 등의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위험성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겠다.
환경부에서 지난 1990년대 말부터 녹조 경보제도를 시행 중에 있지만, 정부 또한 정확한 정보공유를 통해 일부 ‘감춘다’는 오해를 털어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려야 한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한계점 등을 솔직히 인정함으로써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이끌어내야 한다. 인류종말에 대한 예언이나 경고는 무수히 많이 있어 왔지만 인류의 발걸음은 여전히 힘차고 분주하다. 일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주장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일의 전후를 보다 신중하게 파악함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에 동참하고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김한순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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