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4일 밤 10시 55분 진경준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13일 대학동창 김 회장이 밤샘조사를 받고 돌아간 뒤, 교대하듯 14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 진 검사장은 2000년대 들어 대검검사급(검사장) 고위 간부 가운데 검찰 손으로 붙잡힌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검찰이 신속히 진 검사장 신병을 확보한 배경으로는 김 회장과의 '말맞추기' 가능성이 주요하게 꼽힌다.
두 사람은 자본시장에 밝았다. '금융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진 검사장은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근무 경력 외에 2009~2010년 서울중앙지검 근무 당시 주가조작ㆍ탈세 등을 중점 수사하는 금융조세조사2부장을 지냈다. 공격적인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지금의 넥슨을 일군 '1조 거부' 김 회장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진 검사장이 자수서를 제출한 날 김 회장이 검찰에 불려와 '2005년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취득에 쓴 돈은 내 돈'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도 합이 맞는다. 대가성이 전무하다면 모를까 현직 검찰 고위 간부와 내로라하는 기업 총수가 '뇌물'성 자금거래를 시인(?)한 배경을 두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말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초 최초 주식매입 시점인 2005년 6월에 비춰 공소시효(10년) 만료로 뇌물죄로 처벌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제기됐으나, 검찰은 '포괄일죄'로 이를 풀어나가기로 했다. 판례는 뇌물수수죄에 있어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 범행을 일정 기간 반복하고 피해법익이 동일한 경우 이를 이어진 하나의 죄로 보고, 마지막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가늠한다. 검찰은 넥슨(2005년) 및 넥슨재팬(2006년) 주식 취득, 그리고 넥슨 법인 리스차량이던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2008년)로 넘겨받은 것 등이 서로 연결된 뇌물거래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진 검사장을 상대로 직무ㆍ직위상 부정한 처분이 있었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한진그룹 탈세 의혹을 내사 단계에서 덮어준 대가로 처남 명의 청소용역업체가 일감 수주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 역시 규명 대상이다. 검찰은 이르면 15일 진 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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