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축구 좀 하냐?"
입사 후 1년간 회사는 엄청난 양적 팽창을 시도했습니다. 수습만 세 기수를 더 뽑았고 입사 1년만에 후배들만 스무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축구부 인원도 풍족해졌고 그 중에는 '뭐 저렇게 날랜 놈이 다 있나'라고 혀를 내두르게 했던 후배도 두 명 있었습니다(그 중 한 명은 지금 뉴욕 특파원). 축구대회 성적도 수직 상승해 지난해 준우승, 올해 8강을 일궈냈습니다. 이제는 제법 '전통의 강호'로 자리매김한 모습입니다.
아시아경제 신문 지면을 두고 '전통의 강호'라고 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묘하게도 축구대회 성적과 회사의 성장은 비례했습니다. 인적 자원이 풍부해졌거나 구성원들의 투지와 노력 덕분이었겠지요. 아마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언론사 중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았던 기자들이 바로 아시아경제 기자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2007년 입사 후 처음으로 참가했던 워크숍에서 한 선배는 "티코에게 그랜저를 따라잡으라고 한다"며 당시의 아시아경제인들의 악전고투를 일갈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열심히 달려서 지금은 그랜저만큼은 아니어도 중형급으로 회사를 키웠는데 세상이 지금 전기차, 무인차의 시대로 바뀌고 있네요. 더 달리라는 뜻이겠지요.
당시의 과감한 선택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던 온라인 시장에서 빨리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계기도 됐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아시아경제에서 월급을 받고 산다는 것은 고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찰리 채플린이 그랬죠.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그래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회사는 많이 커졌다는 것을 느끼기에 버티는 힘이 돼 주는듯 합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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