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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5만명 동성애 옹호자들, 서울광장서 '나'를 밝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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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성소수자 퀴어축제, 긴 치마 입은 남자들 눈길…옆에선 기독교단체들 반대 집회도

1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무지개색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표식이다.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빨강,주황,노랑,녹색,파랑,보라 무지개 색을 넣었다.

1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제17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무지개색은 동성애자와 동성애 문화를 상징하는 표식이다. 다양성을 표현하고자 빨강,주황,노랑,녹색,파랑,보라 무지개 색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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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날이 흐렸지만 표정들은 한결같이 밝았다. 주류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억압에서 잠시 벗어난 '그들'이 너른 광장을 사슴떼처럼 누볐다.

1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제17회 '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가 개막됐다.
퀴어문화축제는 국내에 살고 있는 내·외국인 성소수자가 함께 모여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행사다. 성소수자 뿐 아니라 그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물론 참가할 수 있다. 2000년에 처음 시작됐으며 서울광장에서 열린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퀴어축제 입구는 혼잡했다. 퀴어축제 스태프, 축제를 방해하는 기독교단체 시위자들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었고, 그 주위를 수 십명의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동성애 지구종말'이라는 플래카드를 등에 매단 중년여성이 축제현장으로 난입해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퀴어축제 입구에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단체와 스태프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퀴어축제 입구에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단체와 스태프들이 실랑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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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도 잠시, 축제현장에 들어서자 서울광장의 푸르른 잔디밭은 무지개깃발 일색이었다.

잔디밭을 둘러싸고 펼쳐진 다양한 부스에는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를 비롯한 성소수자단체와 미국·프랑스 대사관, 구글코리아 등 100여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퀴어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퀴어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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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이자 아티스트 히지양(27)씨가 연 '한국 퀴어와 그 친구들' 부스 앞에는 외국인들과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외국인 성소수자들이 한글로 쓴 대한민국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 돼 있는 부스 안은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여러 작품도 눈에 띄었다.

히지양씨는 "외국인과 한국인 성소수자들을 연결해주는 브릿지역할을 하고싶어 부스를 냈다"며 "영어와 한국어가 모두 가능하고 서양과 동양 문화를 어느정도 이해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개성넘치는 패션도 많았다. 성소수자임을 당당히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긴치마를 입은 남성, 여성이 즐겨입는 짧은 청반바지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를 향해 멋진 포즈를 취했다.

퀴어축제에는 개성넘치는 패션을 한 성소수자들이 많았다.

퀴어축제에는 개성넘치는 패션을 한 성소수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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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이자 대학생인 다니(23)씨는 "퀴어축제에선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나와 비슷한 정체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행복하다"며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축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많은 숫자의 외국인들 또한 눈에 띄었다. 올해로 퀴어축제에 4번째 참가하는 미국인 맨디(33)씨는 "퍼레이드를 하는 한국인들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며 "퀴어축제 때문에 한국에서도 가족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중앙 무대에는 개막공연이 한창이었다. 분홍색의 짧은 상의와 핫팬츠를 입은 남성이 무대에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터져나왔다.

퀴어축제 중앙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모습.

퀴어축제 중앙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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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노래에 맞춰 수준급의 춤실력을 선보였다. 곧이어 망사스타킹을 신은 다른 남성이 등장해 함께 공연을 펼쳤다. 무지개깃발을 등에 맨 관중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온 대학생 최모(26)씨는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공연도 보고 즐거울 것 같아서 놀러왔다"며 "동성애를 지지하진 않지만 다양성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오히려 반대하는 기독교세력에서 트는 찬송가가 더 시끄러운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서울광장 건너편 환구단 앞 도로에서는 기독교 보수교단 협의회 100여명이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애퀴어축제 결사반대', '인류 생명질서 무너진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퀴어축제가 열리는 광장을 향해 찬송가를 불렀다.

한편 오전 11시에 시작한 퀴어축제는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축제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는 오후 4시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진행된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2가, 회현사거리,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역대 퍼레이드 최대규모인 5만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주최측은 추산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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