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재판관의 질문이었다.
"사실 그 때 저희(새누리당)는 19대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전망을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과반을 빼앗길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고. 그런데 막상 선거를 하니 저희가 이겨버린 겁니다."
주 의원의 설명을 듣던 방청객 한 명은 "그럼, 이번에는 자기들이 확실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나 보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헌재는 이 날 주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국회 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 공개변론을 열었다.
'개그콘서트'도 울고 갈 주 의원의 '비겁한 고백 코너'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뿐이다.
'그 땐 그랬는데 지금은 상황이 변해서 다시 고치려 한다'고 비겁함을 버젓이 고백하는 집권당 국회의원을 보며 재판관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혼잣말을 내뱉은 방청객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선거판이 불리하다 싶으면 또 무슨 '선진화법'을 들고나올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후안무치'한 경우가 다반사라 해도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 의원은 이 날 공개변론에서 같은 당 권성동 의원과 함께 국회 선진화법의 위헌성을 따지고 들었다.
정 의장이 국회 선진화법을 근거로 일부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는 게 헌법상 권한 남용이라고 일갈했다.
"헌법은 '과반 다수결'의 원칙을 규정한다", "하위법인 국회법이 헌법을 위배하고 있다", "헌법상으론 국회의장이 반드시 (쟁점법안들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였다.
기자의 귀엔 모두 사족으로 들렸다.
국회 선진화법을 둘러싼 논란의 우스꽝스러운 본질은 저 촌극 한 편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고도 남으니 말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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