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을 점검하는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9년간 이어져온 백혈병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핵심 기술을 다루는 사업장을 외부에 공개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옴부즈만 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을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대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은 12일 서울 서대문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재해예방대책에 대한 조정합의 조항'에 최종 합의했다. 합의된 예방안은 독립 기구인 '옴부즈만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조정위원회의 권고안 중 보상안을 수용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 피해자 보상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그동안 정보 유출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던 옴부즈만 제도를 이번에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공익 법인 설립을 제외한 권고안을 거의 모두 수용하게 됐다.
옴부즈만 위원회 구성원 2명은(위원) 위원장이 선정, 종합진단 개선사항으로 꼽은 부분의 이행 점검을 하게 된다. 종합진단은 ▲작업환경 유해인자 평가 ▲작업환경 건강영향 조사 ▲질병예방 증진 대책 등 세가지를 토대로 삼성전자에 자료를 요청, 이 자료를 토대로 종합 평가한다.
필요한 경우 자료의 요청이나 조사를 통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공개하게 된다. 다만, 종합진단에 앞서 옴부즈만 위원회가 삼성전자의 정보 보호를 위해 수행하여야 할 사항에 관해서는 삼성전자의 의견을 제시 받아 결정할 방침이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2016년 1월1일부터 3년간 운영된다. 이 기간이 만료되기 3개월 전까지 옴부즈만 위원회는 필요한 사유를 소명해 3년의 범위 안에서 그 기간의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연장을 요청할 경우 삼성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이번 합의로 지난 9년간 진통을 겪어온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는 일단락을 지었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과와 보상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 데 이어 예방책까지 매듭지음으로써 지난했던 난제를 마침내 해소하게 됐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합의를 마친 후 "오랫동안 묵어왔던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른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모든 당사자들이 합의 정신을 잘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올림의 황상기 씨는 "재발방지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사과와 보상 문제는 아직 매듭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반올림과 삼성이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