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적자규모 GDP의 15%
사우디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5년간 수도ㆍ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재검토하고, 민생 분야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경제개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료보조금 덕분에 사우디의 휘발유 가격은 그 동안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 최저 수준이었다. 1971년 이후 지난 44년간 사우디에서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은 단 9차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사우디 재정이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3670억리얄(약 117조5000억원)의 적자를 내자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사우디 재정적자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1450억리얄의 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 8월 200억리얄 규모의 국채 발행을 통해 적자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결국 보조금 삭감과 휘발유값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개혁 정책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올 해 보다 적자가 약 400억리얄 줄지만, 향후 지속될 저유가 기조에 사우디가 예멘 내전 등에 쏟는 전비 등도 고려하면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사우디의 준비자산 잔액은 지난달 현재 2조2832억리얄로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5년 내에 사우디의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개혁이 성공해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왕과 그의 아들인 마호메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등이 사우디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개혁이 왕가와 국민 사이를 갈라놓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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