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법 일몰시한 도래…살인적 고금리 되살아나나

현행 34.9% 최고금리 규제 법적장치 사라져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일몰…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살인적인 고금리를 제한하는 대부업법과 채권단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담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올 연말을 끝으로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가 12월 임시국회에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이들 법의 일몰시한을 연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법과 기촉법의 일몰시한은 올해 12월31일까지다.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제사법위원회의 5일 법안 숙려기간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내 처리는 어려운 셈이다.

대부업법이 없어지면 대부업체가 대출금에 부과하는 금리를 막을 법적 조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부업체에서 물리는 이자율은 대부업법에 따라 연 최고 34.9%로 제한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이자율을 매겨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또 기촉법도 일몰시한 만료로 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의 도움을 받아 채권단의 75%만 동의해도 기업을 회생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부 법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야가 이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한 것은 아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일몰시한을 연장하되 대부업 최고 금리를 27.9%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에 잠정합의했으며 기촉법 역시 상시화 대신 일몰시한을 2년 6개월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다른 쟁점법안이 협상을 가로막으면서 일몰시한이 도래한 법안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무위는 지난 정기국회 때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일명 남양유업방지법안)을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에 따라 통과시킨 바 있다. 이후 여당은 나머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이 새로운 법안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으면서 더 이상 진전이 어려워졌다.

정무위에 따르면 야당은 대기업의 신규 출자는 물론 기존순환출자까지 해소하고 성실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없애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의원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야당에서 새로 처리하자고 들고온 법안을 받을 수 없다"면서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나머지 법안은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보다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몰시한이 도래한 법안과 무쟁점법안이라도 처리하자고 여당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태 의원은 "야당이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협상을 계속 하기는 어렵다"고 못박았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