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낱말의 습격'
중국의 역사는 한(漢)족의 역사이며,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사대주의(事大主義)로 가장 우러렀던 국가도 한족의 나라였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얘기할 때 가장 자신있어하는 논리는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하나는 중국이 극성하던 시절에 ‘중국의 땅’이 되었던 곳들을 실지(失地, 잃어버린 땅)로 해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게 고개 숙인 변방의 나라들은 결국 자주적인 국가라기 보다는 중국의 정신적인 속국(屬國)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해석들은, 사실 역사에 대한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한수(漢水)란 명칭이 나오는 것은 백제가 동진(東晋)과 교류하는 때 이후이다. 동진은 AD317년에 세워져 419년에 사라진 나라다. 한나라가 망한 지 100년이 지나 붙여진 이름인데, 이 강 이름이 한나라의 강이란 의미일 수 있을까.
중국에서 강(江)이란 말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장강(長江;양쯔강)을 의미했다. 하(河)라는 말도 황하(黃河)를 가리키는 고유명사 혹은 이칭(異稱)이었다. 그렇다면 이 땅의 모든 강과 하천들은 중국의 ‘지류’여야 한다. 강과 하(河)가 보통명사로 쓰이기 이전에 모든 강들은 수(水)로 불렸다. 살수대첩 할 때의 살수(薩水;청천강)가 그 예다. 한수(漢水)의 ‘수’는 그런 호칭이었다. 한수가 한강으로 된 건, ‘강(江)’이란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강이란 말은 ‘강’이란 말의 중복이다. 여기엔 이 땅의 자부심이 숨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반도를 질끈 동여맨 ‘아리수’는 이 땅의 대표 강이다. 양쯔강이 강인 것처럼, 황허가 하(河)인 것처럼, 한강은 그냥 한(漢)이다. 굳세고 거친 물결이 중국의 양쯔강 상류에 필적할 만하다. 굳이 남북으로 흐르지 않고 동서로 흐르지만 이 강은 한(漢)이라 부를 만하다. 북한산(北漢山)과 남한산은 한강의 남북에서 병풍이 되는 산이다. 서울이 한때 한성(漢城)이고 한양(漢陽)인 것은 힘있는 물결을 품은 도시라는 의미이다. 아참, 한양(漢陽)이란 말은, 한강의 북쪽 만을 가리킨다. 즉 강북만 한양이다. 양(陽)은 북쪽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강남은, 한음(漢陰)인 셈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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