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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해외건설]쌍용건설, 싱가포르 지하철 '마의 구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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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쌍용건설은 매번 어려운 공사만 도맡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들긴 해도 이뤄놓고 나면 성취감이 말도 못하죠. 저가로 따내면 경비 아끼느라 현장을 쥐어짜는데 그런 것도 없구요. 이제는 아예 난공사에 재미가 붙었어요. 현장 떠나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은 못할 거 같아요.”

지난달 찾은 싱가포르의 쌍용건설 도심지하철 921공구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의 말이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지하철 구간 공사는 대부분 완료돼 지상에서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고 일부 공원화 작업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사에 포함된 두 개의 역사 중 한 곳인 리틀인디아역은 화려한 곡선미를 뽐내는 디자인으로 지어져 막바지 개장 작업이 한창이었다. 외부에서부터 지하철 차량에 탑승하기까지 미적인 부분을 세심히 고려해 마치 공연장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일견 평온해 보이지만 6년여에 걸친 사투의 결과였다. 일반적인 지하철 공사 금액은 1㎞당 1000억원가량이다. 그런데 싱가포르 921공구는 1.068㎞인데 공사비가 7배가량 많은 7000억원에 달한다. 1m 시공에 7억원꼴로 한국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시공한 철도·지하철 공사 중 최고가 프로젝트다.

이른바 ‘마의 구간’으로 불릴 정도로 악조건이기 때문이다. 성인 한 명이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연약한 해상점토층과 오래된 퇴적층, 언제 집채만한 바위를 만날지 모르는 지반 등이 혼재돼 있다.

쌍용건설은 난관을 뚫기 위해 현존하는 모든 지하철 공법을 동원했다. 공사 구간을 3개로 나눠 발파 대신 지반을 굴착해 나가는 공법, 흙막이 공사를 하면서 지상에서 파들어가는 공법, 굴착과 지반 안정 처리를 동시에 해 나가는 공법 등을 죄다 사용했다. 기술력의 시험무대라 할 만 했다.
지하보다 더 어려운 것은 지상의 상황이었다. 공사 구간은 싱가포르의 3대 관광타운 중 하나여서 왕복 10차선 도로인데도 교통 혼잡이 심했고, 폭 25m의 수로까지 지나고 있었다. 교통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지하철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쌍용건설은 수로를 옮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운하를 복개하고 이설이 완료될 때까지 사용할 임시도로를 만들었다. 1㎞ 교량을 건설하는 것과 맞먹는 대규모 물량이 투입됐고 정교한 시공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하에 새로 물길을 낸 것이다. 지상의 교통 상황을 감안해 수로와 도로를 이리저리 60차례 이상 옮기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921공구의 공사 이전 도로와 수로 모습(사진=쌍용건설)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921공구의 공사 이전 도로와 수로 모습(사진=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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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도심지하철 921공구의 수로 복개 공사 모습. 쌍용건설은 지상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도로와 수로를 60차례 이상 옮기는 난공사를 해냈다. (사진=쌍용건설)

싱가포르 도심지하철 921공구의 수로 복개 공사 모습. 쌍용건설은 지상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도로와 수로를 60차례 이상 옮기는 난공사를 해냈다. (사진=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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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존 지하철 5m 아래를 관통해 새로운 노선을 시공했으며 두 개의 지하철 역사는 수로 아래에 지어야 하는 초고난도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루 최대로 독일과 호주,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16개국 1200명의 다국적 인력이 투입됐으며 2교대로 24시간 공사를 이어왔다. 300t짜리 크레인을 비롯해 최대 50대의 중장비가 투입되기도 했다.

입찰 당시 프랑스와 중국, 홍콩의 세계 최고 수준 업체들이 다국적팀을 구성해 뛰어들었지만 쌍용건설이 수로 이설이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예정가격보다 1억달러 높은 공사금액에 단독 수주하는 쾌거를 거둘 수 있었다. 저가 수주는커녕 그야말로 기술력과 아이디어의 승리였다.

가장 까다롭다고 평가되는 도심 지하철 공사임에도 단 한 건의 재해도 발생하지 않아 올해 초에는 발주처인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1500만 인시(한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일하였을 때의 일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무재해 인증서를 받았다. 이는 세계 어느 건설사도 지하철 공사에서 수립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안전과 관리를 중시하는 싱가포르에서도 종전 최고 기록이 700만인시에 불과했을 정도다.

싱가포르는 쌍용건설의 텃밭이기도 하다. 그동안 싱가포르에서 수주한 금액은 50억달러에 이르러 쌍용건설의 전체 해외 수주액 중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직원들은 "쌍용건설은 한국보다 싱가폴에서 유명하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각양각색의 고층빌딩으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쌍용건설의 대표작이다. 최고 52도 기울어진 호텔 3개 동과 지상 200m 상공의 스카이파크로 유명하며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린다. 호텔 건물을 실제로 보니 당초 발주처에서 설계를 보고 “미친 짓”이라고 했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싱가포르는 서울 면적의 1.18배 정도에 불과한데 연간 관광객은 1000만명에 달할 정도다. 경쟁하듯 치솟은 고층 빌딩에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좁은 국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2020년까지 100㎞가량의 지하철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지하의 강자' 쌍용건설의 도전은 앞으로도 진행형이다.
화려한 디자인의 싱가포르 리틀인디아역 내부 모습.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쌍용건설)

화려한 디자인의 싱가포르 리틀인디아역 내부 모습. 개장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쌍용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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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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