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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전통춤 무대 오르는 중국 스님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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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영산재 배우는 中 보림선사 석오연 주지스님

석오연 스님과 김향금 교수(왼쪽부터)

석오연 스님과 김향금 교수(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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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전통무용의 매력에 흠뻑 빠진 중국의 한 스님이 한국 무용가들과 공연을 벌인다. 창원대학교 무용학과 김향금 교수(63)에게 한국무용을 배우고 있는 중국 복건성 보림선사 석오연(37) 주지스님이다.

이번 공연은 김 교수의 제자들이 세운 오름무용단의 두 번째 무대로, 17일 저녁 7시 반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국&중국 춤의 어울림-인연'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 교수를 비릇한 무용단원 30명과 함께 오연스님이 출연한다. 오연스님은 무용수 가운데 유일한 남성이다. 북춤인 교방타고무, 한겨울 산속 눈꽃을 표현한 설화춤,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태평무, 풍류를 즐기는 한량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한량무,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살풀이춤 등 열 가지 우리 전통춤과 중국 전통 민극의 선무용을 바탕으로 한 백의관음보살춤인 '곤선관음'이 펼쳐진다. '곤선관음'에서 오연스님은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오연스님이 특별히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불교의식 '영산재(靈山齋)'와 관련이 깊다. 그는 12년전인 2003년부터 보림선사의 주지가 돼 예술·문화적인 사업으로 불사를 크게 키워온 인물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불교예술의 악·가·무를 하나로 아우르고 있는 영산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1년엔 영산재를 연구, 보존해 온 서울 봉원사 법현스님(51)을 만났다. 또한 이 같은 불교의식을 대중화하기 위한 무대화 작업에서 안무를 맡은 김 교수를 알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의 범패와 한국 전통춤, 불교무용 등을 틈나는대로 전수받았다.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봉원사에서 만난 오연스님과 김 교수가 공연 리허설에 한창이었다. 오연스님은 영산재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 스님이 한국에 가서 왜 배우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불교예술은 국가, 지방, 인종, 언어의 차이를 떠나 부처님의 은혜로 본다. 영산재 자체가 불교 정통의식을 잘 고증해 반영하고 있다. 전문적이며 예술적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오연스님에게 한국춤을 가르쳐온 김 교수는 "스님이지만 마스크나 몸짓이 정말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한국춤의 여러 동작을 금방 익혔다"며 "마음공부가 된 분이라서인지 학습 속도도, 눈빛도 다르다. 안무가인 저로서는 욕심이 나는 무용수다. 언젠가 스님을 위한 안무를 짜보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오연스님은 "김 교수님과 공부하다보면 교수님이 '춤' 자체로 보인다. 동작 뿐 아니라 말씀, 자세, 태도 등 모든 게 가르침이 된다"며 "한국춤은 호흡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종교적인 색깔, 제사적인 느낌도 많이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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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을 하고 연기 중인 석오연 스님.

분장을 하고 연기 중인 석오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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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스님은 어릴 적부터 예술을 향한 열정이 컸다. 이미 청소년기에 경극(베이징을 중심으로 발달한 전통극)과 곤극(중국 희극의 원조) 배우로 활동했다. 그는 출가하기 전까진 베이징에서 중국중앙정부 관리직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불교의 가르침에 이끌려 3년 동안 공부를 했고, 가족들의 반대에도 결국 스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스님이 되고 나서는 불학(佛學)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했으며, 복건성 보림선사 주지가 되면서 음악, 예술, 걷기명상 등 불사를 크게 일으켰다.

보림선사는 당나라 때 지어져 1300년 역사를 가진 황실사찰이었다. 예부터 서예가, 문인 등이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던 문화적인 역사가 있던 곳이다. 하지만 오연스님이 보림선사를 방문할 당시만해도 이미 깊은 산골짜기의 폐사찰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님은 이곳에 다시 노래와 무용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우면서 활기를 돌게 했다.

그동안 스님은 티벳, 스리랑카, 중국 일대를 돌며 다채로운 불교양상을 접하고 그곳의 불교무용과 범패 등을 익혀왔다. 오연스님은 "앞으로 보림선사에서 영산재를 익힐 수 있는 승터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불교의 문화적 교류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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