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드와 가드를 오가며 활약…프로농구 사상 최초 '빅맨 도움왕' 도전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올 시즌 함지훈(31ㆍ모비스)은 바쁘다. 코트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한다. 그의 자리는 포워드지만 가드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골밑보다 외곽에서 많이 뛴다. 경기 기록도 웬만한 가드 못잖다. 11일 현재 어시스트 부문 1위(경기당 6개)다. 이대로 가면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국내 빅맨이 도움왕에 오르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함지훈의 변신은 유재학 감독(52)의 머리에서 설계되었다. 유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인천과 잠실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9월 2~6일)을 통해 함지훈의 포지션 파괴를 시험했다. 주전 가드 양동근(34)이 대표팀에 차출돼 팀에 늦게 합류하자 유 감독은 함지훈에게 양동근의 공백을 메우도록 했다.
유재학 감독은 패스를 잘하고 있는 함지훈에게 "과감하게 슈팅하라"는 주문도 한다. 함지훈이 외곽에서 정확한 3점포를 터뜨려 주기를 기대한다. 장기적으로 함지훈으로 하여금 양동근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려는 복안이다. 유 감독은 "함지훈이 양동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양동근이 나이가 들면서 모비스는 그의 출전시간을 줄이고 그가 은퇴한 이후 역할을 대신할 선수를 찾아야 할 시점을 맞았다. 유 감독은 가드 중에서 후임을 찾지 못하자 발상을 전환했다. 함지훈은 유재학 감독의 농구를 양동근 못지않게 잘 이해하고 있고 선수로서 다재다능하다.
유재학 감독은 9일 인천 전자랜드와 원정경기를 한 뒤 "함지훈과 외국인 선수 두 명이 함께 뛰니까 공격에 문제가 생겼다. 동선이 겹치고 움직임이 정체됐다. 빨리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함지훈도 "아직 잘 안 맞는다. 내가 더 많이 움직여 극복하려 한다"고 했다.
함지훈과 모비스는 11일 선두 경쟁자인 고양 오리온을 만난다. 함지훈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첫 기회다. 그는 "외곽에서도 경기를 하려니 어색하고 힘들다. 그래도 즐기려 한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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