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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상회담 朴·아베, 무엇을 얻고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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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동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중일 및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3국 간 대화채널을 복원시키는 리더십을 대내외적으로 발휘했다. 특정 국가에 경도된 외교가 아닌, 균형ㆍ조율자로서 역할을 국제사회에 증명한 실익을 얻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같은 내용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정상이 실익을 균등하게 나눠 가진 것인지, 승자와 패자로 나뉠지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할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더 있는가를 따져 묻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다.
3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한일관계 경색국면을 부드럽게 탈피해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큰 수확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안보와 경제를 구분해 접근하는 투트랙 외교기조가 빛을 발한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협력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 있어 일본 측과 협력을 공고히 한 것 등이 대표 사례다. 아울러 대일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일본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도 기대감을 주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100% 완승이란 게 없는 협상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놓은 굴레를 모양새 나쁘지 않게 벗어버릴 수 있게 된 성과를 거뒀다. 박 대통령이 역사문제를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고, 대일본 관계 개선의지를 보인 것은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경사론의 마침표도 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ㆍ일본이 중국과 맞서는 구도를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면, 한중일 협력 체계 속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 입지를 넓히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잃은 게 없는 이벤트였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은 "아베 총리가 재집권 후 62번째로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라는데, 한국ㆍ중국과 관계를 방치해서는 자신의 글로벌 외교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근린외교 회복 계기를 마련했다는 상당한 이득을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역사문제를 조건으로 취임 후 3년 가까이 정상 간 대화를 거부해온 박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한미일 3각 공조를 굳건히 했다는 성과를 아베 총리는 대내외적 정치 현장에서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박 대통령의 공감을 얻어낸 것도 아베 총리 입장에선 큰 성과다.

두 정상이 잃은 것은 기대되는 성과가 현실화되지 못할 경우 받게 되는 정치적 타격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과의 추후 협상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일 일본으로 돌아가자마자 "위안부 법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새 합의가 이런 원칙을 깨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의미이며, 협상 결렬 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속내도 읽힌다. 박 대통령이 즉각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 않는 이상, 추후 협상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및 보상'이란 박 대통령의 원칙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중국과 불협화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일본 주최의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아베 총리의 리더십을 더욱 튼튼히 할 기회지만,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격화된다면 회의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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