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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화성에 살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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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새로운 도전 앞에 놓인 '붉은 행성'

▲어두운 경사면인 화성의 RSL에 소금물이 지금도 흐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제공=NASA]

▲어두운 경사면인 화성의 RSL에 소금물이 지금도 흐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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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4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붉은 행성' 화성에 "소금물이 지금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왜 일까요? 화성의 1년은 지구 시간으로 687일입니다. 지구 시간으로 약 4년이 화성으로 따지자면 2년이라는 것이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9월28일(현지 시간) 오전 11시30분 "화성에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중대발표를 합니다. 이 중대 발표가 있기 전 까지 먼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간의 상대성=우주를 아는 가장 기본은 상대성입니다. 지구 중심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지구의 1년이 우주에서는 2년이 될 수도, 혹은 6개월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0년 화성의 표면에서 어두운 경사면이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나사는 물론 천문학자들은 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좁고 길게 이어진 어두운 면(RSL)은 이렇게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이 가설은 맞는 것일까. 나사는 스스로 고민에 빠집니다. 화성에서 여름철에는 생겼다가 겨울철에는 사라지는 어두운 경사면이 지속적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과학적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최소한 화성에서 두 번의 계절적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지구시간으로 계절이 한 번 바뀌는 2년이 아니라 화성 시간으로 2년, 즉 지구 시간으로 4년이 필요했던 것이죠.

▲"화성에 살고 싶으세요?".[사진제공=NASA]

▲"화성에 살고 싶으세요?".[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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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경사면=나사는 앞서 2014년 2월10일 중대 발표를 합니다. 당시 나사는 '화성정찰위성이 화성에 물이 흘렀다는 흔적을 찾았다'는 내용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화성정찰위성(MRO)이 보내온 고행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005년 8월12일 발사된 MRO는 화성 지역 곳곳을 고해상도이미지장치(HiRISE)를 통해 정찰해 왔습니다. 화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중 가장 큰 성과는 가파른 경사 지역이 있는 마리네리스 협곡(Valles Marineris)을 비롯해 팔리키르 크레이터(Palikir Crater) 등에 나타난 물의 흔적을 찾은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협곡의 어두운 경사면을 뜻하는 'RSL(Recurring Slope Lineae)'이 계절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운 겨울철에는 희미해지면서 없어졌다가 더운 여름철에는 다시 나타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과학자들은 'RSL'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이 분야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는 당시 루젠드라 오지하(Lujendra Ojha) 조지아공과대학 졸업생이었습니다. 그는 이 RSL을 물이 흐른 것과 관련 있다고 진단했고 집중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화성의 마리네리스 협곡.[사진제공=NASA]

▲화성의 마리네리스 협곡.[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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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없다면 이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그는 관련 논문을 썼는데 "RSL에 물의 존재가 있는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 또한 이 과정이 물 없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확실치 않다(We still don't have a smoking gun for existence of water in RSL, although we're not sure how this process would take place without water)"고 진단했습니다. 물이 있다는 그 어떤 증거도, 또 물이 없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없다는 이율배반적 현상에 부닥친 겁니다.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죠. 물의 흔적이 확실하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게 아니라 물이 흐르지 않고서는 이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데 연구 초점을 맞췄던 겁니다.

◆스펙트럼 결론= 계절이 바뀌는 화성의 2년(지구 시간으로 4년), 루젠드라는 스펙트럼(분광) 분석을 통해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결론이 이릅니다. 이를 통해 마침내 지난 9월28일 오전 11시 30분. RSL에 몰입해 집중 연구해 왔던 루젠드라가 다시 '나사의 중대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합니다. 물론 직접 참석한 게 아니라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였습니다. 나사 측은 '화성의 신비가 풀렸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화성 전문가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나사의 행성과학부 짐 그린(Jim Green) 박사를 비롯해 마이클 메이어(Michael Meyer) 화성탐험프로그램 박사 등 화성에 관한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여기에 가장 눈에 띄는 참석자가 한 명이 있는데 바로 루젠드라 오지하였죠.

루젠드라가 2014년 2월 발표한 'RSL이 물 없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확실치 않다'는 입장에서 2015년 9월 '지금도 화성에 소금물이 흐르고 있다'는 확실한 결론에 이른 발표 자리였습니다.

▲화성 거주지의 상상도.[사진제공=NASA]

▲화성 거주지의 상상도.[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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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나사 측은 미래의 화성 탐험자나 정착자 등이 마시고, 음식을 재배하고, 산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로켓 연료를 만들기 위해서도 물은 절실합니다. 지구에서 물을 공급하면 되겠는데 이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화성에 있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화성의 고위도 지방에는 얼어붙어 있는 물이 풍부한데 극도로 추운지역이어서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화성의 적도지역에 있는 물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죠. 이번 나사의 중대발표가 화성에 존재할 물, 더 나아가 생명체와 관련이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화성에 살고 싶지는 않다"=여기서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나사는 2030년대 인류를 화성에 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천문학자들은 과연 화성에서 살고 싶을까요. 몇몇 국내 천문학자들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화성에 갈 수 있다면 혹시 가시겠습니까?"
"아뇨."

"화성에 인류의 생존은 가능할까요?"
"앞으로 우주 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화성은 아직 인류가 거주하기에는 척박하고 위험한 곳입니다. 지구에서와 같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붉은 행성'이 우주를 알기 위한 하나의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큐리오시티가 촬영한 화성 지표면.[사진제공=NASA]

▲큐리오시티가 촬영한 화성 지표면.[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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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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