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모씨. 추석을 맞아 급전이 필요해 저축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4개월전 대출 받을 당시 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더 떨어져 대출금리가 더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가게 개점을 앞두고 1000만원 정도가 부족해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들렀다가 거절당한 적 있다. 신용등급이 7등급으로 낮고 직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저축은행에서 연 23%가 넘는 금리로 1000만원을 빌렸는데, 제2금융권서 대출 받은 이력에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금리가 또 올라간 것이다. 김씨는 "다들 초저금리라고 하는데, (나는)돈이 필요하면 계속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가게를 차리고 처음 맞는 명절이라 부모님을 뵈러 가려고 했지만 이래저래 맘이 편치 않아 귀성을 포기했다"며 착잡해 했다.
27일 한은과 신학용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지난 2005년 6월 연 3.25%이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해 올 6월 사상최저치인 연 1.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 기간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13.6%에서 연 18.9%로 5.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연 11.1%이던 기업대출 평균 금리가 2.9%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저축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여파를 기업대출에는 반영했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계대출에는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셈이다.
서민 전용 정책상품도 저신용자 서민에겐 큰 힘이 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서민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대출상품인 '바꿔드림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 들어 7월까지 지원된 바꿔드림론 자금 722억원 중 신용등급 10등급은 단 한명도 없었고 9등급도 4명에 불과했다. 5년전인 2010년만 해도 바꿔드림론을 이용한 9·10등급 서민은 각각 1346명, 44명이나 됐었다. 바꿔드림론은 신용도 6∼10등급,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서민이 대부업체나 캐피털사 등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았을 때 8~12%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데 2013년 말부터 상환능력 심사기준을 강화하면서 저신용자 서민들의 이용이 뚝 떨어지게 된 것이다.
반면 햇살론을 이용하는 1등급 신용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303건에 그쳤던 1등급 신용자의 대출건수는 2012년 439건, 2013년 1007건, 2014년 1289건으로 늘었다. 올해 역시 7월까지 925건이 집행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빚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저소득층에 소득을 늘려주고 다중채무자에겐 과감하게 탕감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서민금융정책을 손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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