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초파리 통해 가능성 확인
▲포르피린 유도체와 청색 LED 광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무척추동물(초파리)에 적용한 기술의 모식도.[사진제공=카이스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빛으로 알츠하이머를 완화하는 가능성이 열렸다.
카이스트(KAIST, 총장 강성모)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오태광) 바이오나노센터 유권 박사팀이 빛과 유기분자인 포르피린을 이용해 알츠하이머 증후군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의 응집 과정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알츠하이머 증후군은 환자의 뇌에서 생성되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응집돼 뇌에 축적되면서 일어난다. 이렇게 형성된 응집체는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주고 손상을 일으켜 치매와 같은 뇌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 과정을 억제하면 아밀로이드 퇴적물의 형성을 막을 수 있고, 따라서 알츠하이머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생체 친화적 유기 화합물인 포르피린 유도체와 청색 LED 광을 이용해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포르피린과 같은 광감응제는 빛 에너지를 흡수해 여기 상태가 된 후 바닥상태로 돌아가며 활성 산소를 생성한다. 생성된 활성 산소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량체와 결합해 산화시킴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의 응집을 방해하는 원리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일의 국제 학술지인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21일자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박 교수는 "빛과 광감응화합물을 사용해 무척추 동물(초파리)에서 베타-아밀로이드 응집과 독성을 막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기와 무기 광감응소재들의 적용가능성을 알아보고 알츠하이머 마우스 등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광역학적 치료 가능성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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