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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 '생이별'…"아이를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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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혼 올해 상반기 4067건, 자식과 일방 출국도…아동탈취금지 '헤이그 협약'도 무용지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베트남 여성 A씨는 결혼 2년 만에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남편 몰래 출국해 아이를 친정에 맡겼다. 부부싸움 후유증은 아버지와 아이의 생이별로 이어졌다. A씨는 양육비를 벌고자 혼자 입국했다가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인 여성 B씨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출근한 사이 15개월 된 아이가 사라졌다. 부부싸움 이후 남편이 자신 몰래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린 것. B씨는 아이를 되찾고자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문턱은 높았다. 한인 단체의 도움을 받은 B씨는 끈질긴 노력 끝에 가까스로 아이를 되찾을 수 있었다.
다문화 가정의 불화는 '가족과의 생이별'을 낳는다. 특히 부모 중 한 쪽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출국할 경우 찾아올 해법은 마땅치 않다. B씨 사례처럼 우여곡절 끝에 아이를 되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혼인신고는 15만6475건이다. 이중 국제혼인은 7.3%인 1만1351건에 달한다. 국제결혼은 한때 전체 혼인의 10%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일부 농촌 지역의 경우 여전히 20~30% 수준으로 국제결혼 비율이 높다. 농촌 총각이 베트남이나 중국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셈이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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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문화 가정의 이혼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제이혼 건수는 4067건이다. 같은 기간 국제결혼 건수와 비교하면 국제이혼 건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국제결혼 이후 이혼하게 되는 경우 아이 문제가 남는다. 내국인끼리 결혼한 후 이혼하는 경우와 양태가 다르다. A씨 사례처럼 가정불화 과정에서 아이를 데리고 출국해버릴 경우 법적인 해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대법원은 A씨 사건에서 "부모 일방이 미성년 자녀에게 협박이나 불법적인 힘의 행사 없이 종전의 거소(사는 곳)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양육한 행위에 대해 약취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비록 대법관 다수 의견이 무죄로 판단했지만, 적지 않은 대법관들은 '불법행위'라는 판단을 굽히지 않아 논란의 여지는 있다. 당시 김용덕 고영한 등 5명의 대법관은 "부모 일방이 유아를 임의로 데리고 가면서 행사한 사실상의 힘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적"이라며 "특히 장기간 또는 영구히 유아를 데리고 간 경우에는 불법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판단과는 별도로 사회적인 인식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동 탈취' 논란이 쟁점으로 떠오를 때마다 다문화 가정이나 국제결혼 자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변호사는 "가정불화를 배우자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편견"이라면서 "자칫 다문화 가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 이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왜곡된 시선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진짜 문제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제결혼 파탄 시 일방의 배우자가 아동을 외국으로 탈취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가입했다.

헤이그 협약은 아동 탈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사국 차원에서 법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법무부는 "신속하게 아동 반환 재판을 받을 길이 열리게 돼 아동의 권익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법무부 기대와 달리 성과는 거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헤이그 협약은 가입한 국가와 그 가입을 수락한 기존 체약국 사이의 관계에서만 유효하다"면서 "(국제 혼인 주요 대상국인) 중국과 베트남은 헤이그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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