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앞길에는 경영권 분쟁보다 더 심각하고 본질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시장의 싸늘한 눈길, 반(反)롯데 정서가 그것이다. 재계 서열 5위 그룹이면서도 지배구조는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경영과 인사에서 원칙은 없었고 부자 또는 형제 간의 주장은 계속 엇갈렸다. 그들의 지분은 경영권을 흔들기에는 너무 적었다. 20여일간의 경영권 다툼에서 드러난 롯데의 맨얼굴이다.
롯데그룹의 신동빈 원톱 체제가 가시화한 어제 증권시장에서 롯데 계열사 주가는 혼조를 보였다. 지배구조 개선의 기대감과 형제 간 화해 없는 분쟁의 봉합이라는 우려가 교차한 결과다.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성공하기까지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들의 애정이 절대적이었다는 사실을 오너 일가는 기억해야 한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롯데를 넘어서 대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기류로 확산된 데 대해서도 부끄러워해야 한다. 롯데 주주는 물론 10만여명의 롯데 직원과 롯데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 또한 엄중하다.
롯데그룹은 이번 사태를 낡고 폐쇄적인 경영의 틀을 깨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신 회장의 어깨는 특히 무겁다. 주주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과감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혁신은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최우선 과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