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으로 마실 물이 적다는 점도 문제지만, 물의 질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농업용수의 질이 나빠지면 이는 식품의 안전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식량 안보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물은 또 경제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의 경제 성장 추세가 유지된다면 2030년이 되면 세계 물 수요는 현재의 4500㎦에서 40% 증가한 6900㎦로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도 있고 세계 500대 기업의 68%가 물과 관련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물발자국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푸른 물발자국'은 지표수와 지하수의 사용량을, '녹색 물발자국'은 땅에 흡수되어 저장 중인 빗물의 사용량을, '회색 물발자국'은 오염된 물을 환경기준에 맞게 정화하는 데 사용된 물의 사용량을 각각 지칭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의 물발자국을 보면 우리의 소비 행태를 크게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150g의 버거를 콩으로 만들면 160ℓ의 물이 들어가고 쇠고기로 만들면 약 1000ℓ가 들어간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대략 300㎖에 불과하지만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데 드는 물을 감안하면 140ℓ가 든다. 쌀 1㎏은 3400ℓ, 사과 한 개는 70ℓ, 소고기 1㎏은 1만6000ℓ, 티셔츠 하나는 4000ℓ의 물이 각각 들어간다. 중국인의 물발자국은 1인당 연간 1070㎥이고 한국인은 1179㎥라고 한다. 한편 일본인은 1인당 연간 1380㎥인데 그중 77%가 나라 밖에서 소비된 물이고, 미국인은 2840㎥인데 그중 20%가 나라 밖, 특히 중국 양쯔강 물을 소비한다.
투자자를 대신해 기업에게 온실가스 경영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분석해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국제적인 비영리기구인 영국의 CDP는 60조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전 세계 573개 금융기관의 위임을 받아 기업에게 물 관리와 지배구조, 물 관련 위험과 기회, 물 회계 등 물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CDP Water"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수행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CDP의 한국 파트너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물과 관련이 깊은 국내 45개 기업에 물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CDP Water Korea" 프로젝트를 지난해에 시작해 금년 하반기부터 이런 정보가 세계 투자자들을 위한 지침으로 활용될 것이다.이제는 물이 우리의 생사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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