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20승 토종선발 20년 만에 쏜다

KBO리그 이상훈 이후 맥끊겨
구속 느리지만 이기는 법 알아

프로야구 두산 선발투수 유희관 [사진=김현민 기자]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프로야구가 후반기를 맞았다. 두산의 선발투수 유희관(29)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시즌 20승에 도전하고 있다.

유희관이 20승을 달성하면 국내 투수로는 1999년 정민태(현대) 이후 16년 만에 대기록을 세운다. 선발승으로만 따지면 프로야구 통산 여덟 번째, 1995년 이상훈(LG 트윈스) 이후 20년 만의 일이다.

유희관은 23일 현재 12승(2패)으로 다승 부문 1위다. 삼성 알프레도 피가로(31)가 11승(4패), NC 에릭 해커(32)가 11승(3패)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다승왕 앤디 밴 헤켄(36·넥센)은 10승(4패)에 머무르고 있다.

유희관은 기록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는 “팬들의 기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 성적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내가 선발로 나간다고 꼭 이기는 것도 아니다. 작년에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4강을 넘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20승 달성 여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팬들이 기대를 하는 이유는 유희관이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여러 가지 구종을 원하는 곳에 던져 넣어 타자를 속이거나 제압한다. 좀처럼 난타를 당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희관은 공(功)을 타자들에게 돌린다.

“타자들이 도와줘 자연스럽게 (승리가) 뒤따라왔다. 덕분에 작년과 다르게 마운드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

두산은 타선과 투수진이 모두 안정됐다. 특히 유희관과 장원준(30·10승 5패)이 강력한 선발마운드를 구축했다. 이들은 22승을 합작하며 전반기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힘으로 전반기를 2위로 마쳤다. 다만 불펜이 다소 흔들려 팀 평균자책점(4.92)이 23일 현재 8위다.

유희관은 장원준에 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호흡이 잘 맞는다. (장)원준이형이 앞에서 잘하면 나도 오기가 생겨 더 잘할 수 있었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48)은 유희관에게 매번 ‘잘한다’며 칭찬하는 편이다. 유희관은 “이제 후반기 시작인데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유희관이 전반기처럼 활약하면 20승 달성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부상 변수 등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김 감독은 유희관뿐 아니라 선수들에게 후반기 부상을 경계하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은 “순위 다툼도 중요하지만 부상 때문에 선수들이 전력에서 제외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우선 몸부터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