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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미스터리, 할머니 구속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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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구속사유 인정, 경찰 판단 힘 실려…혐의 입증할 결정적 증거 여전히 의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농약 사이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사건의 방향을 결정할 분수령이었다. 팽팽하게 유지됐던 균형추는 조금씩 경찰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법원은 이번 사건 피의자 박모(8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기각 가능성도 엿보였지만, 법원은 경찰의 영장 신청 취지에 힘을 실었다. 박씨는 상주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다.
대구지법 상주지원 진영두 영장전담판사는 20일 “기록에 의할 때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경찰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 수사에 탄력을 붙이면서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했지만, 수사의 부실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경찰은 한숨을 돌렸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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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당국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14일 오후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할머니 6명이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 쓰려졌고, 2명은 이미 숨졌으며 3명도 위중한 상태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히면서 함께 마을회관에 있었던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4일 만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박씨 집 대문 근처에서 살충제가 남은 드링크제가 발견된 점이나 사건 당일 입은 옷과 스쿠터 손잡이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점은 경찰 판단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반면 문제의 사이다 병이나 살충제가 담긴 드링크제에서 박씨 지문이 발견되지 않은 점, 유력한 범행동기를 밝혀내지 못한 점, 박씨가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은 경찰 판단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시골마을의 농약(독극물) 사건은 수사가 쉽지 않아 영구미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등 5대 강력범죄는 1289건에 이른다.

‘농약 사이다’ 사건이 이러한 사건들처럼 영구미제가 될 것이란 판단은 섣부른 측면이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조직의 사활을 걸고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최근 ‘약촌 살인사건’을 둘러싼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방영 이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경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엉뚱한 사람에게 살인 누명을 씌웠다는 게 여론의 시선이다. 여론의 시선이 집중된 '농약 사이다' 사건을 어설프게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구속이 결정되면 당사자의 심경 변화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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