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주액 중 22%, 전년의 30%로 감소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누적금액이 50년 만에 사실상 7000억달러(약 777조2800억원)를 넘어섰다. 이 중 55%가 해외 건설시장의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 들어 중동 수주 실적은 전년의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7000억달러 달성의 일등공신은 중동이다. 중동에서만 누적 수주액의 55%인 388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해외건설 텃밭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이 자리를 아시아에 내준 상황이다. 올해 누적 수주액(304억달러) 중 39%가 아시아지역 공사다. 중동은 68억달러 수준으로 전체의 22.6%에 불과하다. 수주지역이 다변화됐다면 다행인 일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수주가 늘지 않은 상황이라 다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 국내 건설사들이 예년 수준의 중동 수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저유가와 정세불안 탓이다.
이 연구위원은 "중동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발주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고 카타르와 쿠웨이트, 이라크가 올라오면서 중동 물량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됐었다"며 "하지만 유가가 확 낮아지면서 카타르 등의 발주 물량 확대세가 둔화돼 전체 물량이 감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국가 대부분은 국가 수입의 대부분이 원유 판매에서 나온다. 원유를 정제해 팔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선 대규모 정유 시설이 필요하다. 이 덕분에 2000년대 중ㆍ후반에 플랜트 붐이 일었고 이 수혜를 국내 업체들이 톡톡히 입었다.
이 연구위원은 "유가가 많이 꺾이다 보니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정제 산업에 대한 동기가 크게 약화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동지역에서 석유ㆍ화학 플랜트 공사가 먼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 수주 여건은 나아질 것으로 봤다. 13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 등 수주 가능성이 큰 물량들이 꽤 있고 전통적으로 발주 물량이 많은 점들을 고려 할 때 하반기에는 수주량 부족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핵심 변수인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비중동지역이 많아 올해 전체 해외수주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며 "올해 연간 수주액은 전년 대비 5% 정도 줄어든 627억달러 수준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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