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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 메르스 의사 환자 인터뷰…"허점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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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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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난 4일 밤 브리핑이 일파만파다. 요지는 서울 한 대형 병원 의사 A씨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재개발사업조합원 1565명 등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 지역 사회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박 시장은 "지금은 준전시상황"이라고 선포하고 감염 의심자 격리 등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면서 메르스 방역의 최전선에 섰다.

그런데 이같은 박 시장의 행보를 놓고 정치적 의도로 불안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35번 확진 환자인 A씨가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 등과 인터뷰해 "거짓말"이라고 반박한 게 근거가 되고 있다.
박 시장을 비판해 온 세력들은 이를 근거로 '호재'를 만났다는 표정이다. 박 시장이 실수했다며 인기 영합 차원에서 '오버'했다고 비판하고 나서고 있다. 실제 어버이연합 등이 5일 시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중도 또는 지지 세력 내에서도 적극 대응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팩트'는 틀린 것 아니냐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팩트' 판단의 주요 근거인 A씨의 인터뷰 내용 자체에서 많은 허점이 있음에도 언론과 전문가 등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독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A씨를 최초로 인터뷰한 프레시안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복기하면서 분석해 봤다.

▲프레시안' : 방금 박원순 시장이 A씨가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밝히고 그 위험성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사실입니까?
당초 이 질문은 최초 보도 당시엔 "방금 박원순 시장이 A씨가 사전 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시민 1000여 명 이상과 접촉한 사실을 고발했습니다. 사실입니까?"였다. 상당히 도발적이고 사실 관계와 차이가 있는 질문이었다. 마치 시가 A씨를 '마녀사냥'하고 있는 것으로 사태를 규정하는 언급으로 A씨를 자극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A씨가 사전 격리 조치를 무시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감염 후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는 얘기만 했을 뿐이다. 프레시안은 이를 의식한 듯 최초 뉴스 게재 후 3시간 가량 지난 5일 오전 2시7분께 질문을 수정해 표출했다. 프레시안 측의 해명과 입장 표명이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 의사 A : 거짓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서울시에서 발표한 저의 행적이 누구 입에서 나왔겠습니까? 모두 다 제가 질병관리본부와 세 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면서 말했던 것입니다. 코끼리를 직접 본 제 말이 맞겠습니까? 아니면 코끼리를 전해 듣고 묘사하는 서울시 말이 맞겠습니까? 사실 31일(일요일) 전까지는 제가 메르스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A씨는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박 시장이 주장한 '감염 후 시민과 접촉'한 것은 누가 봐도 사실이다. 27일 14번 환자와 접촉한 후 감염됐으며 이후 31일 오후까지 집과 병원, 재개발조합총회장, 식당 등을 오가며 일상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질문이 잘못 됐으니 답변도 잘못 나온 것일까?

또 31일 오전까지 메르스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은 A씨와 해당 병원 측의 무신경ㆍ무능력 등을 의심케하는 발언이다. A씨는 자기 입으로도 27일 14번 환자와 응급실에 같이 있었고, 병원 측이 14번 환자의 확진 후 소독을 위해 응급실을 폐쇄했다고 털어 놓았다. 최근 발생한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병원내 감염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주의했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프레시안 : 27일에 '14번' 환자와 응급실에서 접촉한 적은 있잖아요?

- 의사 A : 그 건부터 정리하죠. 우선 '14번' 환자는 제가 진료한 환자가 아닙니다. 그날 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색전증으로 수술이 급하게 필요한 환자가 응급실에 있었어요. 그 환자의 초음파를 보기 위해서 응급실에 약 40분 정도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때 '14번' 환자가 누군지, 또 어디에 있었는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정보 비공개로 인한 폐해를 그대로 드러내 주는 발언이다. A씨는 "14번 환자가 누군 지, 또 어디에 있었는 지 지금도 모르겠다"면서도 이후 정반대의 말을 털어 놓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아서 응급실을 잠시 소독하느라 폐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프레시안 : 그럼,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사실을 인지한 건 언제인가요?

- 의사 A :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내가 메르스와 엮이리라고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다만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단을 받아서, 응급실을 잠시 소독하느라고 폐쇄한다는 얘기를 듣고서 '와, 정말 무섭다!' 하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프레시안> 확인 결과 삼성서울병원이 응급실 소독 등을 한 날짜는 29일이다.)

▲ 프레시안 : 그런데 서울시는 경미한 증상이 29일부터 나타나 30일 증상이 심화되었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 의사 A : 100% 틀린 얘기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인터뷰를 할 때도 분명히 말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 심했습니다. 특히 과로하면 기침이 심해져요. 31일 이전에는 제가 평소 고통을 받던 알레르기성 비염과 다르다고 생각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29일도 정상적으로 병원 근무를 했어요.

보건 당국에 따르면 메르스의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가래, 호흡 곤란과 급성 심부전이다. 위 진술로 봤을 때 A씨는 29일 기침을 했다. 27일 환자와 접촉한 지 이틀 뒤다. 보건 당국이 밝힌 '잠복기'(이틀에서 보름)가 지난 시점이다.

29일부터 증세가 시작됐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본인과 보건복지부, 서울시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엇갈리는 대목이다. 시의 판단이 맞을 경우 본인은 지병인 알레르기성 비염 증세와 착각했다고 해도 '죄'는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도 조심하고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책을 강구해야 할 시 입장에서 감염 및 증상 시작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프레시안 : 그럼, 30일(토요일)의 행적도 한 번 설명을 해 주시죠. 이날 오전에는 병원 대강당의 심포지엄에 참석하고, 저녁에는 양재동에서 30분간 1565명이 참석한 재건축 조합 총회에 참석했다면서요?

- 의사 A : 30일에 오전에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 없는 구석에 앉아 있다 조용히 나왔습니다. 그날따라 공부를 하기가 싫더군요. (웃음) 저녁에 재건축 조합 총회에 참석한 것도 맞습니다. 이동은 다 자가용으로 했고요. 모두 사전에 계획된 일정이었어요. 당연하죠. 그 때만 하더라도 메르스 감염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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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그럼,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처음으로 떠올린 건 언제입니까?

- 의사 A : 31일(일요일) 아침입니다. 아침에 회진을 도는데 27일 응급실에서 진료했던 그 색전증 환자가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격리 대상이 되어 있더군요. 그 때 '앗' 했습니다. 처음으로 내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래서 그날 회진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어요. 이건 동료 의사들이 증언해줄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취재 결과 31일 의사 A와 같이 회진을 돈 전공의(레지던트)들이 있었다.)

메르스 감염 의심을 갖게 된 후에도 즉시 자발적 격리 조치에 들어가지 않고 회진을 했다. 경악할 만한 얘기다. 이를 근거로 프레시안 등 일부 언론은 삼성서울병원 전체를 일시 폐쇄, 격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레시안 : 그럼, 본격적으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언제입니까?

-의사 A : 그날 아침부터 가래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9시에서 10시 사이에 예정된 심포지엄도 신청만 해놓고서 가지 않았어요. 서울시는 심포지엄에 참석했다고 발표했죠? 아닙니다. 안 갔어요. 그리고 곧바로 자가용으로 집으로 퇴근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쯤 자고 났는데, 몸이 좋아지기는커녕 열도 나는 거예요.

이 부분은 심포지엄 주최 측이 신청자 명단을 제공했기 때문에 나온 실수일 수 있다. 본인도 '신청'은 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 :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 의사 A : 삼성서울병원의 질병관리실에 전화했죠(오후 2시). 담당자한테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언급했더니 '그럴 리 없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1시간쯤 후에 다시 담당자가 전화를 해서 보건소에 즉각 연락하라고 권고하더군요(오후 3시).

'그럴 리 없다', 이 부분에서 삼성서울병원 측의 엉터리 대응과 안일한 자세가 다시 한 번 부각되는 대목이다.

▲프레시안 : 그래서 보건소에 갔습니까?

- 의사 A : 아니죠. 강남보건소에 연락해서 우여곡절 끝에 담당자와 통화를 했어요. 그랬더니 직접 검사를 하러 집으로 방문을 했더군요. 집에서 '엄격한' 자가 격리를 했죠. 그러다 오후 8시쯤 병원에서 확인 전화가 왔어요. 집에서 자가 격리 중이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격리 병동을 내줄 테니 오라고 하더군요. 자가용으로 혼자서 격리 병동에 가서 입원했죠.

장담하건대, 31일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는 집사람 외에는 밀접 접촉한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의사예요. 감염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도는 압니다.

전술한 대로 본인은 31일 증세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29일부터 이미 '기침'이 시작됐다. 아무리 본인이 의사라지만, A씨의 인지 시점과 증세 시작 시점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포인트다.

▲프레시안 : 그래서 검사 결과는 언제 나왔습니까?

-의사 A : 최종 판정은 2일(화요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서울대병원의 국가 지정 격리 병동으로 이동했고요.

▲프레시안 : 사모님도 검사를 받았죠?

- 의사 A : 다행히 완벽히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만약에 제가 29일부터 증상이 있었다면, 과연 집사람에게 감염을 시키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A씨의 부인이 감염되지 않은 이유는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인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아무 관계가 없다. A씨 주장대로 31일부터 증세가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A씨의 부인은 자택에서 상당시간 남편과 접촉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

- 의사 A : 화가 납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한순간에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개념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의사로서 양심을 걸고 박원순 시장이나 서울시가 주장한 그런 개념 없는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모르고 한 일은 죄가 아니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 의사 A : 박원순 시장 같은 시민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이 또 서울시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박 시장이나 서울시는 정작 부정확한 정보로 시민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엉뚱한 희생양이 되었고요.

기자 회견 전에 저한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전화 한 통 건 적이 없습니다. 물론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죠. 박원순 시장, 이번에는 틀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서울시는 보건당국과 A씨의 인터뷰를 토대로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밝혔다. 똑 같은 A씨의 인터뷰 결과를 놓고 보건 당국은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시는 "적극적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 프레시안 :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몸도 불편하신데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끝 -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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