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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페리클레스'로 10년 만에 연극 무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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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및 연출가·배우 인터뷰

연극 '페리클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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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방대한 스케일, 현대 언어로 풀어내기 어려운 연출적 문제, 모순적인 스토리.' 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주의 희극 '페리클레스'가 연극 무대에 자주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이 작품의 전개는 길고도 느리다. 주인공 페리클레스는 무려 15년이란 시간 동안 앤티오크, 티레, 펜타폴리스 등 고대 지중해 연안국 다섯 곳을 오간다. '운명'이나 '신'에 기댄 줄거리는 지금을 사는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렵다. 곳곳에 의문이 남는 치밀하지 못한 구성은 부실한 작품이란 인상을 준다.

그런 '페리클레스'가 이번달 12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상연된다. 12일 오후 '페리클레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양정웅(47) 연출은 이어진 간담회에서 "제일 큰 목표는 '페리클래스'를 관객에게 친근하게 설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를 리얼하게 표현하기보다 요즘 시대에 맞춰 해석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원작에는 무술경기가 나오지 않는다. 여주인공 마리나(페리클레스의 딸)가 노래하는 부분도 한 곳인데 음악성을 확대하기 위해 두세 군데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는 앤티오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진다. 왕은 그에게 수수께끼를 하나 내는데 이는 풀지 못해도 죽고, 푼다 해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 때문에 죽게 되는 비극의 씨앗이다. 이 사실을 안 페리클레스는 살기 위해 배를 타고 여러 나라를 떠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태풍을 만나 배가 좌초되고 겨우 목숨을 건진 그가 도착한 곳은 펜타폴리스 왕국이다. 그는 공주 세이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후 고향 타이어국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지만 배에서 딸 마리나를 낳은 아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그는 다시 슬픔에 빠진다. 그 앞에는 또 다시 험준한 파도와 태풍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은 배우 유인촌(64)이 맡은 해설자 '가우어'이다. 그가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와 연기하는 '가우어'는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무대 중앙에 들어와 상황을 설명하고 배우들과 함께 직접 무대 장치를 옮기기도 한다. 단순한 해설자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해설에 강약과 몸짓을 더함으로써 연기의 일부로 소화한다. 유인촌은 "해설 역할은 굉장히 까다롭다. 잘못하면 싱겁거나 재미없어지고 극과 너무 동떨어져도 안된다. 중간중간에 북도 치고 모래도 갈아야 한다. 해설이라는 하나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극 속에서 연출가가 표현해내고 싶은 '페리클레스'에 용해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인촌은 '늙은 페리클레스' 역도 맡으며 1인2역을 연기했다. 원작에서 중세 시인이었던 '가우어'가 극 속 주인공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그는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이 젊고 왕성하기 때문에 내가 늙은 페리클래스로 넘어가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했다. 해설이 역할로 넘어가는 부분을 통해 새로운 재미가 생길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 최우리(33)는 마리나 역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 '헤드윅' 등에 출연한 그는 "연극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었다"며 "셰익스피어의 작품, 양정웅 연출, 극단 여행자 딱 이 세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리나는 인신매매범들에게 팔려가서도 뛰어난 노래와 언변으로 탈출하는 역할이다. 최우리는 고대 특유의 신비스럽고 고요한 분위기에 맞춰 노래를 잘 소화해냈다. 양 연출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은 십이야와 함께 음악성이 굉장히 중시된다. 예술로 세상을 치유하고 바꾼다. 그래서 마리나가 정말 노래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씨를 캐스팅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노쇄한 페리클레스는 죽은 줄 알았던 딸 마리나를 기적적으로 찾는다. 그리고는 딸 품에서 잠이 드는데 이때 '늙은 페리클레스' 유인촌은 다시 해설자 '가우어'로 바뀐다. 가우어는 "이제 모래시계의 모래도 다 떨어져간다"며 시간의 한계 속에 있는 인생을 논한다. 셰익스피어는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짧은 찰나 속에 숨은 절망과 고통,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환희를 말한다. 양 연출은 "페리클래스는 삶의 역경을 딛고 다시 가족을 만난다. 이 연극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존재하는 가족의 사랑과 희망에 대해 알려준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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