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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銀 독립 눈물로 호소한 김건 한은 前 총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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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개정 기반 닦아…첫 4년 임기 채운 17대 총재

김건 전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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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노태우 정부 초기에 한국은행을 이끌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주장한 김건 전 한은 총재(사진)가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1951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외환관리부장, 조사1부장, 자금부장, 부총재, 은행감독원장 등 요직을 지낸 정통 '한은맨'이다. 이후 1983년부터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88년 3월 친정으로 돌아와 4년간 제17대 한은 총재로 일했다. 1980년 이후로는 4년 임기를 채운 첫 한은 총재다.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한은법이 개정돼 한은 총재의 임기와 독립성이 보장되기 시작한 1997년까지 4년의 임기를 채운 총재는 김유택(1951∼56), 김세련(1963∼67), 김성환(1970∼78), 김건 등 4명에 불과하다.
고인은 1988년 11월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위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한은의 독립성 문제를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꺼냈다. 당시 한국은행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며 '금융통화운영위원회'(현 금융통화위원회)는 재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고 있었다. 재무부 장관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금통위는 정부와의 사전 조율에 따라 주요 안건을 결정했다.

김 전 총재의 기자회견이 시발점이 돼 한국은행 직원들은 총재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중앙은행 중립성보장추진위원회'를 결성, 전국 15개 도시에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른바 '중앙은행 독립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다. 1988년 11월 시작된 서명운동은 1989년 1월까지 2개월 만에 서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

김 전 총재의 의견 표명과 그로 인해 촉발된 한은 직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추후 한은법 개정을 위한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따라 1997년 한은에서 은행감독원을 분리하고, 통화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재경원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꾸는 금융개혁법안이 합의됐다. 김 전 총재는 퇴임 인터뷰에서도 "한은의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퇴임 직후인 1992년 6월부터 3년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막내아들이다. 김 전 총재는 1929년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 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연세대 원주의대 교수)씨가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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