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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고름 빨아주는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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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갈란다."

자정이 다 된 시간,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희망퇴직 후 풀이 죽어 있던 차에 찾아 온 좋은 재취업 기회였다. 아내가 안정된 직장을 가졌다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놓치기 아까운 자리였다. 주위 친구들이 "미쳤냐"며 모두 말렸다.
그래도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치열한 경쟁의 세상에 내몰리기 싫단다. 누구보다 간절했을 친구의 아내까지 자신의 선택을 지지했다는 말에 "넌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는 말로 설득을 중단했지만 못내 아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상황을 되돌리고 싶던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극적 반전 소식이 들렸다. 면접을 보기로 했던 회사 사장이 친구의 완곡한 거절에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단다. 바쁘면 친구가 있는 쪽으로 와서 차 한 잔이라도 하겠다는 말에 얼어붙었던 친구의 마음은 봄눈처럼 녹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오기'라는 장수가 있었다. 전쟁에 나갈 때면 언제나 병사들과 침식을 함께 했다. 자기가 먹을 양식을 스스로 지고 행군할 정도였다. 하루는 종기가 난 병사의 신음소리를 듣고 종기의 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기뻐하는 대신 통곡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니 오기 장군은 과거 자신의 남편 상처에 난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었는데 이에 감격한 남편은 앞장 서 싸우는 바람에 전사를 했다고 했다.

병사들과 한 몸이 되어 움직인 오기의 군대는 무적이었다. 노나라와 위나라, 초나라를 거치며 싸우는 족족 승리했다. 국력과 전력 모두 열세인 상황에서도 항상 우위를 점한 것은 오기의 뛰어난 전략ㆍ전술 덕도 있었지만 자신을 아끼는 장수를 위해 목숨마저 아끼지 않은 병사들의 투혼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기는 '손자병법'과 함께 춘추전국시대 양대 병서로 꼽히는 '오자병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고 아껴주는 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존재다. 직접 찾아오겠다는 사장의 한마디에 친구는 애써 피하고자 했던 치열한 삶터에 복귀를 결심했다. 전쟁터와 달리 회사에서 목숨까지 내놓을 일이야 없겠지만 친구는 아마도 자기 능력의 100% 이상을 짜내 자신을 감동시킨 사장과 회사를 위해 일할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21세기 '오기'와 같은 그 사장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 사장이 이끌어 갈 회사의 미래도 밝게 보였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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