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지만 미국 정치권과 미국 사회가 왜 그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유학을 한 네타냐후 총리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이나 미국 사회를 유태계가 주무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북한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와 비교했다. 그는 "이란은 북한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쫓아내고 저항했고 북한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네타냐후는 "ISIS는 도살용 칼과 노획 무기, 유튜브로 무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탄으로 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핵 협상은 핵 확산을 막기보다는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며 '무기여 잘 있거라'가 아니라 '군축이여 잘 있거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핵무장으로 이르게 하는 '나쁜 협상'과 핵무장한 이란과 중동을 막을 '더 좋은 협상'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가지 않는 길'이 어려운 길이나 이스라엘의 미래, 중동의 안보, 세계 평화에 큰 차이를 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오바마 행정부에 던지는 독설이었지만 30번 이상 갈채를 받았다. 그는 견원지간 이란과 협상을 벌이는 미국을 '친구'라 부르고 "미국에 감사한다"고 몸을 낮춰 미국 정치권에 이란 핵 협상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것은 네타냐후 개인의 공도 공이지만 절제된 문장과 단어를 선택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설문을 작성하고 회람해 빛을 보게 한 이스라엘 공직사회, 정치권의 높은 의식수준이 낳은 산물이다.
네타냐후는 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에 한 수를 가르쳤다고 본다. 과연 한국 최고 지도자도 지지부진한 6자회담의 동력을 살리고 북한 핵 위협을 세계 만방에 부각시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연설을 할 능력은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우리 지도자가 핵 위협의 본질을 한미 양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과 종교를 관통하는 공감받는 주제로 절제된 단어, 미국식 영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만큼 우리 공직사회, 정치권의 수준이 성숙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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