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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네타냐후 총리가 가르쳐준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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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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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쳇말로 연설에서 '신의 한 수'가 뭔지 국제 사회에 가르쳤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 초청으로 워싱턴 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 주도의 이란 핵 협상의 부당을 지적하는 연설을 하고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의 연설은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이 반박 칼럼을 쓸 만큼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지만 미국 정치권과 미국 사회가 왜 그랬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미국 유학을 한 네타냐후 총리가 영어에 능통하다는 점이나 미국 사회를 유태계가 주무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시종일관 미국이 이스라엘을 '절멸'시키겠다는 이란과 벌이는 핵 협상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오'자도 꺼내지 않은 데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오히려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원용하고 유태인을 약속의 땅으로 이끈 선지자 모세의 말을 빌어 이스라엘과 미국의 단합을 강조하는 등 정치와 역사, 문학, 종교를 넘나드는 연설문이 준 공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을 북한과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와 비교했다. 그는 "이란은 북한처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쫓아내고 저항했고 북한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네타냐후는 "ISIS는 도살용 칼과 노획 무기, 유튜브로 무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탄으로 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핵 협상은 핵 확산을 막기보다는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며 '무기여 잘 있거라'가 아니라 '군축이여 잘 있거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핵무장으로 이르게 하는 '나쁜 협상'과 핵무장한 이란과 중동을 막을 '더 좋은 협상'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가지 않는 길'이 어려운 길이나 이스라엘의 미래, 중동의 안보, 세계 평화에 큰 차이를 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단호한 결의도 보였다. 그는 "우리 유태인이 홀로코스트 대학살 때처럼 적 앞에서 무능하게 대응하는 그런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하고 본회의장 한쪽에 있는 선지자 모세의 얼굴 조각을 가리키며 수천년 전 약속의 땅 앞에서 '강해져라. 그리고 굳건해라. 무서워하거나 두려워말라'라고 한 모세의 가르침을 상기시키고 두 나라가 장래의 도전 앞에 굳건해질 것을 촉구했다.

네타냐후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오바마 행정부에 던지는 독설이었지만 30번 이상 갈채를 받았다. 그는 견원지간 이란과 협상을 벌이는 미국을 '친구'라 부르고 "미국에 감사한다"고 몸을 낮춰 미국 정치권에 이란 핵 협상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성과를 달성했다. 그것은 네타냐후 개인의 공도 공이지만 절제된 문장과 단어를 선택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연설문을 작성하고 회람해 빛을 보게 한 이스라엘 공직사회, 정치권의 높은 의식수준이 낳은 산물이다.

네타냐후는 핵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에 한 수를 가르쳤다고 본다. 과연 한국 최고 지도자도 지지부진한 6자회담의 동력을 살리고 북한 핵 위협을 세계 만방에 부각시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는 연설을 할 능력은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것이다. 우리 지도자가 핵 위협의 본질을 한미 양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과 종교를 관통하는 공감받는 주제로 절제된 단어, 미국식 영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만큼 우리 공직사회, 정치권의 수준이 성숙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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