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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지방정부, 리먼사태후 유로존 첫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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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HGAA 은행 지원 중단 선언·채권단 베일인 유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유로존에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후 첫 지방정부 파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기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카린시아주다. 카린시아 주정부는 부실 은행 '히포 알페 아드리아(HGAA·Hypo Group Alpe Adria)'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과거 HGAA가 한창 잘 나갈때 채권 지급보증을 해준 것이 원인이 됐다.
HGAA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국유화됐다. 지금까지 오스트리아 정부는 HGAA에 55억유로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회수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지난해 HGAA의 부실 부문을 분리해 배드뱅크인 'Heta'를 설립했다. 장기적으로 Heta를 청산한다는 것이 오스트리아 정부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Heta에서 76억유로의 추가 결손이 확인된 것이 문제가 됐다. 오스트리아 금융당국은 지난 1일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Heta에 대한 추가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린시아 주정부가 채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요르크 셸링 재무장관은 중앙정부는 더 이상 Heta 채권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셸링 장관은 "모럴 해저드를 끝내야만 한다"며 "중앙 정부는 더 이상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더 이상 지급보증을 할 수 없다고 밝힌 Heta의 채권 규모는 102억유로에 이른다. 하지만 카린시아 주정부의 연간 예산은 22억유로에 불과하다.

페테르 크라이저 카린시아 주지사는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산수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카린시아주 홀로 채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Hrta에 대해 파산이 확정되지 않는 한 카린시아 주정부가 채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정에서 주정부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Heta의 파산이 현실화되면 카린시아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카린시아주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오스트리아 정부가 10억유로는 추가 지원을 해줄 수 있고 Heta 채권단에 자발적인 채무 탕감을 받아들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발을 빼면서 Heta의 선순위 채권 투자자들이 투자 금액의 50% 정도 손해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채권 투자자는 도이체방크의 계열사인 DWS 인베스트먼트,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이다. 세계은행도 15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은행 산업은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어지러운 동유럽과 가까이 접해있어 이들 지역에 오스트리아 은행 자산이 많다는 점이 골치거리다.

지난달 신용평가사 피치는 오스트리아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등급 강등했다. 피치는 오스트리아 은행들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동유럽 지역에 노출된 자산 규모가 1940억유로로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59%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최근 오스트리아의 3대 은행인 라이파이젠(Raiffeisen) 에르스트(Erste) 폴크스방켄(Volksbanken)이 위기에 취약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는 오스트리아의 구조개혁이 정체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정부 재정지출 비율이 높다. GDP의 52% 수준인데 독일은 45%에 불과하다. 정부 보조금 비율도 GDP의 3.5% 수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오스트리아가 은행 구제금융에 투입한 자금 비율은 GDP의 11% 수준으로 영국의 두 배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스트리아는 5년물 국채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다. 최근 유로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시행을 앞두고 중기물인 5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핀란드와 독일이 마이너스 금리로 5년물 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가 더 이상 우량 국가가 아니며 ECB 양적완화 때문에 불안요인이 감춰지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치에 앞서 S&P가 2012년 1월 오스트리아의 최고 신용등급을 박탈했고 현재 무디스만이 오스트리아에 최고 신용등급(Aaa)를 부여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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