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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지역 대학가 ‘화제인물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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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 ‘88세 전국 최고령 총장’ 김희수 박사 취임, 충남대 암으로 딸 잃고 ‘암 예방전도사’ 변신한 이계호 교수…배재대, 동갑내기 총장으로부터 졸업장 받은 60대 만학도 신근식씨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최근 대전·충남권 대학가에 화제인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최고령 총장’ 취임, ‘암 예방전도사’로 뛰고 있는 대학교수, 동갑내기 총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은 60대 만학도 등이 있어 눈길을 끈다.
충남 논산에 있는 건양대학교에선 ‘전국 최고령 총장’인 김희수(88, 1928년생) 박사가 총장으로 또 다시 연임, 취임식을 가져 매스컴을 탔다.

대전에 있는 충남대학교 이계호(61) 교수는 암으로 딸 잃고 ‘암 예방전도사’ 변신해 강의, 홍보, 방송활동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재대학교 학위수여식장에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수석 졸업해 동갑내기 총장으로부터 상을 받은 60대 만학도 신근식(63)씨가 있어 화제다. 대전·충남권 대학가 ‘화제의 인물 3선’을 소개한다.

◆‘전국 최고령 총장’ 김희수 박사의 8대 총장 취임=충남 논산의 건양대 제8대 총장에 김희수 박사가 지난 24일 취임했다. 2001년 4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다섯 번째 연임이다. 전국 최고령 총장으로 4년 임기를 마친 뒤 퇴임할 예정이다.

안과전문의 출신인 김 총장은 김 총장은 공주고,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대학원을 거쳐 연세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고향인 논산에 건양대를 세웠다. 만 63세 때였다.

김 총장은 별명이 많다. 학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수시로 빵을 사줘서 ‘빵 총장’으로, 곳곳의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주워서 ‘담배꽁초 줍는 총장’으로도 불린다.

그는 학교를 세우고 10년이 지난 2001년 총장으로 취임, ‘가르쳤으면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뛰었다. 2011년 전국 처음 동기유발학기를 만들었다. 명사초청강의도 듣고 자신의 적성도 파악, 어떻게 공부해 어떤 직업을 찾을지를 알게 했다.

이 제도는 교육부 ACE사업의 대표적 성과모델로 자리 잡아 100곳에 가까운 대학에서 벤치마킹하고 6개 대학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전국 첫 융합전문단과대인 ‘창의융합대학’도 신설했다. 4주를 1학기(연 10학기제)로 운영하는 집중교육시스템을 들여와 학사제도의 틀을 완전히 깼다. 논산캠퍼스를 시작으로 대학에 양치실도 만들어 인기다.

그 덕분에 최근 성균관대 배상호 교수가 대학생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건양대는 지방대 중 학생들의 자신감과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김 총장이 교육사업에 뛰어든 건 1979년 논산 양촌면의 한 중학교가 폐교될 처지에 놓이자 주민들이 인수해줄 것을 요청해와서다. 그는 고민하다 중학교를 빚을 안고 인수해 건물을 짓고 운동장을 만들어 1980년 중학교를, 1983년 고등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인수 후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없을 만큼 시설이 낡아있었다. 4000여평의 터에 2층 건물 한 동뿐이었다. 그래서 옆의 땅을 사서 1만3000여평의 터에 학교를 새로 지었다. 시청각실에 값비쌌던 컬러TV를 갖추고 어학실, 도서관, 기숙사, 수세식화장실, 테니스장 등을 꾸며 대전·충남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췄다.

김 총장은 신체나이를 측정해보면 50대다. 치아 28개 모두 자연니다. 안경 쓰고 시력이 1.2며 청력도 좋다. 술·담배를 안 하고 규칙적이고 절제된 삶을 산다. 대전서 서울과 다른 지방으로 갈 땐 기차, 버스를 탄다. 경로우대로 차비도 할인받고 많이 걸어 1석2조에서다.

그는 병원이건 학교에서건 현장주의자다. 김 총장의 일상은 새벽 3시30분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한 뒤 10분쯤 걸어 새벽 4시 병원응급실로 간다. 집이 대전 건양대병원 근처라 병원 11층부터 지하 1층 전기실까지 점검하고 당직의사와 간호사들을 격려한다. 오전 10시쯤 대학으로 가 강의실을 돌아본다.

오전에 7000보 이상, 종일 1만2000보를 걷게 되고 메모도 꾸준히 한다. 언뜻 떠오른 생각을 적고 구석구석 손볼 곳, 학교서 만난 학생·교수들과의 이야기도 적는다. 그는 오후 6시 퇴근, 메모수첩을 정리하고 밤 9시 잠자리에 든다. 그런 수첩이 수 백 개가 넘는다.

평생 지켜온 그의 인생철학은 ‘기본에 충실하자’. 학생들에게도 예절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게 교육의 기본이란 시각에서다. ‘목표가 같으면 나이 차이는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총장 오빠’라고 부르는 여학생도 있다.

김 총장이 대학을 세워 키울 수 있었던 바탕엔 1962년 서울 영등포에서 문을 연 김안과의원에서 비롯된다.

김안과 성공비결은 환자를 왕으로 알고 ‘365일 언제든지 찾아가도 문이 열려있는 안과’ ‘환자에게 자상하게 설명을 잘해 주는 안과’를 원칙으로 삼았다. 1980년대 중반 여름에 눈병이 크게 번져 하루 외래환자가 수천 명에 이를 때가 있었다. 신용카드가 없을 때라 현금 아니면 외상이었다. 매일 진료를 마치고 돈을 다 셀 수 없어 은행직원이 와 세어서 가져가곤 했다.

그렇게 해서 3명으로 시작된 김안과는 50여명의 전문의를 포함해 300여명이 일하며 한해 외래환자가 40만명에 이르렀다. 안과의원으론 동양 최대다. 2008년엔 세계 처음 망막전문병원도 세웠다.


◆암으로 딸 잃고 ‘암 예방 전도사’로 뛰는 이계호 충남대 교수=의사도, 의학대 교수도 아닌 사람이 암을 막는 먹을거리 강의로 전국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대 화학과 이계호 교수.

이 교수는 한 달에 두 번씩 서울, 대전 등지를 돌며 암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식습관강의를 공짜로 하고 있다. 분석화학을 전공한 이 교수가 암 예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지난달 KBS 제1라디오 일요일 오후 프로그램에서 사연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안타깝게도 그는 매우 아꼈던 딸을 유방암으로 잃었다. 22살 때인 2005년 초 암을 발견한 딸의 죽음은 전혀 예상치 못해 더욱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는 서울의 한 미술대에 다니던 딸의 암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도 끝났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그땐 알지 못했다. 수술, 방사선, 항암 등 표준치료를 마치고 정상생활로 돌아갔으나 졸업을 앞두고 병이 도졌다. 그땐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손을 쓸 수 없었고 결국 세상을 떴다.

이 교수는 “암은 식습관과 생활방식에 의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이기지 못해 병이 되는 것으로 치료가 끝났다고 예전생활로 되돌아가면 재발할 수밖에 없다”며 “표준치료는 증상을 치료할 뿐 그 뒤엔 식습관, 생활방식을 바꿔야 건강히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은 암환자의 삶 속에 있는 병의 요인을 찾아주고 식생활, 생활습관 등의 문제들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딸의 암 투병을 계기로 암 예방과 호전방법을 연구하게 된 그는 자신의 전공인 분석화학으로 음식을 분석하던 것을 바탕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현대의학, 민간요법 등으로 암을 막고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땐 딸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교수는 이처럼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잘못 알았던 것을 다른 이들이 되풀이 않길 바라는 맘에서 ‘암 예방 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주변사람 20여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 태초먹거리학교를 세우고 착하고 올바른 먹을거리, 올바른 생활습관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엔 지도자양성프로그램을 펼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다들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을 짚어내고 알기 쉽게 알려준다. 특히 ‘물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대인들은 커피, 차 등을 먹거나 물맛이 없다, 귀찮다는 이유로 물을 잘 안 마신다. 물은 우리 몸에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몸 밖에 빠져나가는 만큼 마셔야 되고 피도 맑아진다.”

그는 “탄 고기엔 벤조피렌이란 발암물질이 있다. 벤조피렌은 식도, 위, 장을 지나치면서 닿는 점막세포 모든 곳에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라며 “암세포가 생겨도 밤에 잘 때 면역세포가 기본을 유지하고 있다면 청소를 해주므로 문제가 안 되지만 피곤하거나 아파서 면역력이 떨어진 날엔 암세포가 자라 병으로 발전한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의 강의로 은혜를 입은 이들이 꽤 많다. 처음엔 표준치료를 마친 암환자만을 대상으로 강의했으나 병원치료를 할 수 없는 말기암환자에서 암을 미리 막으려는 사람들까지 늘고 있다. 태초먹거리학교누리집엔 그를 칭찬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그는 또 하나의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올바른 먹을거리를 먹는 게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것. 현재 1기 지도자 양성캠프를 펼쳤고 곧 2기에 들어간다.


◆동갑내기 총장으로부터 졸업장 받은 60대 만학도 신근식씨=가정형편으로 만학도가 된 60대 남성이 수석졸업을 해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12일 배재대 학위수여식 때 예술학사학위를 받은 사진영상학과 신근식(63)씨.

2011년 입학한 신씨는 4년간 결석 한번 하지 않고 학업에 열의를 쏟아 학과 수석졸업이란 영광과 함께 사진작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특히 노년인구가 늘면서 제2인생을 꿈꾸는 60대들에게 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졸업은 의미를 더해준다.

그는 학위수여식 때 1952년생 흑룡띠동갑인 김영호(63) 배재대 총장으로부터 졸업장과 상장을 받았다.

신씨가 뒤늦게 대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건 늘 마음이 허전했던 교육열 때문이다. 197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형편상 학업을 멈춘 지 40년만의 일이었다. 고교를 졸업했으나 6형제의 둘째로 동생 4명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했던 것이다.

40년간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하며 동생들과 자녀 2명을 대학 보내고 어엿한 가정까지 꾸리게 하는 등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정작 자신은 대학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마음 한편이 늘 허전했다.

신씨는 60세가 되기 전 대학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2011년 새내기 대학생이 됐다.

그는 10대 후반 우연히 여행가 김찬삼 교수의 여행기를 읽고 사진의 매력에 빠져 그때부터 중고사진기를 사서 40여년 취미로 사진을 찍어오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관련학과로 진학했다. 취미로 삼았던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사업과 학업을 겸한 그는 아무리 중요한 사업약속이 있어도 수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강의시작 10분 전에 닿아 수업준비를 하고 학과특성상 실기과제가 많았지만 한 번도 내지 않은 적 없다.

그런 노력으로 매학기 학과최고학점을 받으며 4년간 평점평균이 4.5 만점에 4.32(132학점 취득)로 수석졸업까지 하게 됐다. 지도교수인 오세철 교수는 큰 형님뻘인 제자 신씨가 든든하고 자랑스럽다. 신씨의 모범적인 캠퍼스생활이 많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됐기 때문이다.

손자뻘 되는 동기들과도 잘 어울려 학교에선 ‘삼촌’으로 통했다. 학생들 고민과 진로상담을 전담하는가 하면 학교스튜디오에서 밤늦게까지 숙제하는 날이면 야식당번을 자청했다.

신씨는 다큐멘터리사진에 관심이 많다. 졸업작품도 무쇠가마솥을 만드는 주물공장을 담았다. 지난해 10~11월엔 교수, 동기들과 수시로 대전엑스포장을 찾아 철거장면을 렌즈에 담았다.

“대학생으로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꿈을 이룬 4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1년 내 개인전을 열고 전문작가 길을 걷기위해 열심히 뛸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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