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한 번이라도 문의를 했다면, 이런 내용의 정책은 내놓지 못했을 겁니다. 탁상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내년부터 비싼 의료시술을 제외한 대신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최대 50%까지 저렴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선보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검사와 같이 돈이 많이 드는 의료비를 보장하지 않는 대신 통상적인 입ㆍ통원 비용만 보장해 보험료를 30~50% 낮춘 상품을 내년 1월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거나 건강해 고가의 의료시술은 필요하지 않지만, 보험료 인상에 민감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며 "사회 초년생들이나 저소득층들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대략 월 1만~2만원 선이다. 금융당국의 말대로 보험료를 50% 줄인다면 월 보험료가 5000~1만원 낮아지는 셈이다. 이 금액을 절약하기 위해 40만~80만원대의 MRI 보장을 제외한 채 실손보험을 가입하려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것이 상당수 보험사들의 시각이다. 지난 한 해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청구한 내역의 70% 이상이 MRI, CT 등의 비급여 부분이라는 점이 이를 뒷바침한다.
또한 평소 아무리 건겅하더라도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드러눕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나는 앞으로 MRI나 CT는 찍을 일이 없을 거야'라고 자신하며 '반값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보험 가입의 가장 큰 이유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보장 받기 위한 것인데, 이를 처음부터 배제하고 가입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한 실손보험 가입자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 모르는게 현실인데, 값비싼 치료를 보장받지 못하는 실손보험을 어느누가 가입 하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위는 '반값 실손보험' 추진을 위해 내년까지 마무리 하기로 했던 건강보험 급여 부문과 비급여 부문의 위험률 분리ㆍ산출을 올해 안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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