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인 짜오시오베이(베이징, 26세, 맨왼쪽)씨가 친구들과 함께 중국 관광객을 위해 특별히 기획된 코오롱스포츠의 'Good Luck'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중국어 가능 인력을 배치하거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관련 프로모션을 하는 등 단순한 서비스에서 현지인들의 문화와 기호를 살린 아이디어 마케팅이 눈에 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는 중국 춘절 기간 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이 약 12만6000여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 방문규모 대비 30% 증가한 수준이다. 이미 서울 명동 등 주요 상권은 중국 현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요우커들이 밀려들고 있다. 면세점 뿐 아니라 백화점, 마트 등에도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많다고 느낄 정도다.
제일모직의 경우 중국인들이 명절에 주고받는 '홍빠오(紅包·붉은 봉투)' 문화를 접목시켰다. 오는 22일까지 빈폴, 갤럭시, 구호, 에잇세컨즈 등 제일모직 브랜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붉은 봉투를 주는데 복권처럼 등수에 따라 경품을 받을 수 있다. '홍빠오'는 우리나라의 세뱃돈 처럼 명절에 주고받는 봉투다. 현지에서도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될 만큼 생활 깊숙히 자리잡은 문화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이 준비한 상품은 순금 8.8g(8명), 의류 교환권 10만원권(88명), 셀카봉·양말·마스크팩(각 1888명) 등이다. 순금 중량이나 당첨자 수 등 경품에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활용했다. '8(八)'의 중국어 발음은 'ba'인데, '돈을 벌다, 재산을 모으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 '發(fa)'와 발음이 비슷해 자연스럽게 '재물 복(福)'을 의미하는 숫자가 됐다. 제일모직은 춘절 기간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점을 활용, 에버랜드 할인권을 제공하거나 명동 일대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중국어가 가능한 인력도 평소 대비 2배로 늘려 배치, 쇼핑객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올리브영의 경우 중화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우빈'을 내세워 중국인들의 눈길을 끈다.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김우빈 사진엽서 세트를 증정하고, 김우빈 대형 쇼핑백도 선보인다. 서울, 부산, 제주 관광 상권의 지하철 노선도와 매장지도도 배포해 관광 편의를 돕는다.
이밖에 아모레퍼시픽은 전 매장마다 쿠션 제품 전담직원을 배치해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기 제품인 설화수 5종 견본을 서울웨스턴조선호텔 춘절 패키지 이용 관광객에게 증정한다. LG생활건강은 요우커들이 중국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해, 면세점에서만 판매하는 대용량 제품을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단순한 통역 서비스 등 기본적인 마케팅이 춘절기간 동안 제공됐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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