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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일관성 없는 정책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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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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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새해가 시작된 지 40여일이 지났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어려운 정치경제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보다 현실의 깊은 이해와 보다 장기적인 호흡에 바탕을 둔 정책을 펴줄 것을 정부에 기대했건만 연초부터 나타난 현실은 거리가 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아도 이러한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144개국 가운데 26위다. 세계 13위권의 경제력과 7위권의 교역량을 가진 국가로는 체면이 서지 않는 순위다. 더 큰 문제는 조금씩 나아지기는커녕 답보하거나 퇴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부 영역을 보면 거시경제 운용(7위)이나 시장규모(11위), 기업혁신(17위) 등은 괜찮은 반면 정부 정책과 관련된 부문의 평가는 너무 낮다. 제도적 요인 부문은 2013년 74위에서 지난해 82위로 8단계 하락했다. 2012년(62위) 이후 계속 내리막이다. 특히 정책결정의 투명성은 7점 만점에 3.1점으로 최하위권인 133위다. 한때 '아시아 4룡(龍)'으로 불렸던 싱가포르(1위) 및 홍콩(4위)과 거리가 멀고, 역사왜곡 문제로 우리가 성토하는 일본(10위)과도 비교가 안 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130위권의 평가를 받은 국가들은 캄보디아, 브룬디, 마다가스카르, 기니, 아르헨티나, 미얀마 등이다.
한 나라의 장래를 결정하는 데 공무원 집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공무원들의 소양과 역량에 따라 국가의 발전 속도가 달라지고 심한 경우 흥망이 갈린다. 공무원은 매사에 선공후사(先公後私)ㆍ공평무사(公平無私)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공무원의 기강이 무너지면 그 나라의 장래는 보장하기 어렵다. WEF의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는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지표에서 대한민국을 82위로 기록했다. 상위권인 일본(7위)이나 관료사회의 부정부패가 큰 걱정거리인 중국(22위)에 한참 처지며 잠비아(51위), 베트남(74위)보다도 못하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경쟁력 평가지표의 산정 방법을 문제 삼아 해당 기관에 항의한 적이 있었다. 평가지표의 산정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더욱 문제다. 설사 평가 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매년 순위가 나쁘게 나오는 것은 진정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최근 나타난 몇 가지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는 이러한 국제사회 평가의 단적인 증거다. '13월의 봉급'이 세금폭탄이 된 연말정산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는 정산이 끝난 후 근로소득자 1600만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왜 제도를 내놓기 전에 미리 못하는가? 느닷없이 횡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봉급생활자 대부분은 지난해 살림이나 올해 살림이 마찬가지다.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정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왜 난리가 나야 그 때 가서 불을 끄는 식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놓고 오락가락한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렸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1년6개월 동안 논의한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돌연 '연내 개편 보류' 입장을 내놓았다가 여론이 들끓자 6일 만에 다시 '재추진' 의사를 밝힌 정부 행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조금 미진해도 정책은 일관성이 우선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어진 정책에 따라 새로운 균형을 찾아간다.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복지부동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주어진 정책을 따르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도출하려 들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 정부는 연말정산 및 건보료 개편안 파동에 대한 비판을 뼈저리게 받아들여 향후 국정을 일관성 있게 이끌기 바란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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