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이 파죽지세로 유럽 정복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던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뒤에는 탁월한 전술과 함께 '프랑스 인구'가 있었다. 당시 나폴레옹은 "프랑스 인구가 달걀 꾸러미에 달걀이 채워지듯 늘고 있다"고 기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매년 25만명의 상비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프랑스군이 35만명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군사력이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수년간 전쟁을 치르면서 인구가 급감했다. 프랑스의 빈자리를 채운 건 독일이었다.
미국 역시 인구가 늘면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1620년 120여명의 유럽인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미국은 초라한 땅이었다. 이들은 개척지를 넓히면서 인구를 늘려갔다. 이런 와중에 1840년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이 발생했고 이후 먹고 살기 힘들어진 3500만명의 유럽인들이 100년에 걸쳐 미국으로 이주해갔다. 미국은 인구 증가로 산업화가 급진전됐고 이를 통해 세계 열강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유엔(UN)은 최근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년 뒤인 2500년 5만3000명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이 분석이 맞다면 500년 뒤 대한민국은 국가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것일까. 젊은이들의 가치관 변화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해도 아이 낳기를 기피한다. 부모 세대와 달리 즐기면서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치관이 만혼으로 이어지고,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결혼관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의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팍팍한 세상도 문제다. 직장인들은 경기침체로 '낙'이 없다. 소득은 예전보다 늘었지만 가처분소득은 훨씬 줄었다. 소득 대부분을 집 구입이나 전세 대출금 상환에 쏟아붓는다. 이런 상황에서 애를 낳는다는 건 사치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역시 미래가 없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자리는 바늘구멍이다. 그렇다고 결혼을 하자니 집 걱정이 앞선다. 수도권 변두리 허름한 전세방도 1억원을 웃돈다. 대학 때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빚쟁이'가 된 젊은이들에게 집을 마련해 결혼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자녀 교육비도 문제다.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자녀 1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3억5000~4억5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자녀 1인당 사교육비를 월 30만원 정도로 계산해 나온 수치다. 그러나 상당수 가정은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사교육비에 쏟아붓고 있다. '자녀양육=돈'의 공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저출산대책회의를 갖고 해법을 내놨다. 하지만 '변죽'만 울린 표피성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중대한' 현안이다. 이번 기회에 저출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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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사회문화부 지자체팀 부장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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