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그 도도한 궤적에 을미년 벽두부터 균열이 발생했다. 담뱃값 인상 후폭풍은 예상보다 거세다. '한 개비 담배도 나눠 피우는' 사나이들의 우정은 자의반 타의반 쪽박을 찼다. 빌딩 숲 사각지대에서 가열차게 뿜어지던 담배 연기도 슬금슬금 잦아들었다. '금연하라'는 회사 사장과 부인과 여친의 엄포와 잔소리는 기어이 4절을 채우고서야 끝이 난다.
600년 흡연 역사에 비하면 금연 역사는 일천하다. '담배의 나라'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계몽했다. 국내에는 70년대 전파됐다. 국내 자료가 빈약했던 이 무렵 언론들은 미국 자료에 의존해 니코틴이니 타르니 생경한 용어들을 해설하느라 애를 먹었다. 80년대 들어서도 담배 연기 자욱한 버스와 기차와 비행기와 여객선은 보란듯이 땅과 바다와 공중을 누볐다. 재떨이는 '부의 상징'이었고 재떨이 비우는 아이는 '착한 아이'였던 그 시절, 정부는 금연(禁煙)은 상상도 못하고 겨우 절연(節煙)을 캠페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흐른 1995년, 마침내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되면서 금연 역사는 비로소 서막을 열었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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