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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직위, 잠깐 앉았다가 '官피아'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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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전문가 뽑아 전문성 키우려고 도입했는데…왜들 꺼릴까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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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으로 있다 나가도 퇴직공직자와 똑같이 관피아법 적용, 재취업 제약
취업제한 기준 놓고 "개선해야" "완화땐 악용 소지" 등 논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순혈주의를 깨고 민간전문가를 등용해 전문성을 키우고자 마련된 한국은행의 개방형 직위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년 한은에 계약직으로 머무른 후에 퇴직을 하게 되면 '관피아'법의 적용을 받아 사기업 취업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개방형 직위제에 공모를 꺼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행이 뽑는 개방형 직위는 총 6자리다. 2005년부터 경제연구원장을 개방형으로 뽑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는 전산관리부장과 전자금융팀장, 2011년에는 외자운용원장이 개방형 공모직으로 들어왔다. 2012년부터는 글로벌회사채팀장과 투자운용부장도 개방형 직위제가 됐다.

문제는 이처럼 공직유관단체격인 한은에 '잠깐' 왔다가는 이들도 공직자윤리법 제 17조에 따라 퇴직공직자와 똑같이 관피아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고위직으로 연세가 있던 인사들이 개방형 공모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재취업이 문제가 되진 않았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를 뽑는다는 개방형 직위의 본래 취지를 생각할 때, 외부에서 오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제약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15년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영리사기업체'는 총 1만3586개로 이 중 금융ㆍ보험업종은 489곳이다. 자산운용사ㆍ금융지주사ㆍ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ㆍ저축은행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외자운용원의 예를 들면, 소위 관피아법 때문에 개방형 직위에 들어오는 인재 풀이 좁아지고, 채용되는 사람도 해외채권을 제대로 다뤄본 적 있는 인재가 오기보다는 국내자산운용만을 하는 사람이 오기 십상이다"면서 "이렇게 되면 채용을 해도 '보여주기 효과'만 있을 뿐 유능한 전문가를 등용한다는 개방형 직위의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고, 개방형직위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에겐 관피아법 중 예외조항이 적용될 소지는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3항의 6에 따르면 '채용계약에 따라 일정기간 전문지식 기술이 요구되는 직위에 채용되었다가 퇴직 후 임용 전에 종사하였던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을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민 행정자치부 사무관은 "개방형 직위를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공직자윤리법적용은 예외조항도 있고 그렇게 폐쇄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율이 20%인 만큼 개방형 직위를 거쳐간 인재들이 민간기업 취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260건을 심사해 총 51건에 대해선 취업제한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취업제한과 취업승인의 기준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어 부당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중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제도로 규정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가 합리적인 관례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개방형 직위에 지원한 사람들 중 공직에서 창출되는 부당이득만을 노리고 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검증을 통해 걸러내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를 논할 때 퇴직공직자 문제도 있지만, 공직에 계약직으로 3년 내외로 와 있다가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 재취업하는 사람들 역시 문제가 돼 왔었다"면서 "어떤 제도든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방형직위제=1999년 5월 공직사회의 전문성ㆍ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민간전문가들을 공직에 등용해 공직사회의 폐쇠성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키우자는 목적에 만들어졌다. 한국은행도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개방형직위제의 적용을 받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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