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가 뽑아 전문성 키우려고 도입했는데…왜들 꺼릴까
계약직으로 있다 나가도 퇴직공직자와 똑같이 관피아법 적용, 재취업 제약
취업제한 기준 놓고 "개선해야" "완화땐 악용 소지" 등 논란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순혈주의를 깨고 민간전문가를 등용해 전문성을 키우고자 마련된 한국은행의 개방형 직위제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년 한은에 계약직으로 머무른 후에 퇴직을 하게 되면 '관피아'법의 적용을 받아 사기업 취업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개방형 직위제에 공모를 꺼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이처럼 공직유관단체격인 한은에 '잠깐' 왔다가는 이들도 공직자윤리법 제 17조에 따라 퇴직공직자와 똑같이 관피아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고위직으로 연세가 있던 인사들이 개방형 공모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재취업이 문제가 되진 않았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를 뽑는다는 개방형 직위의 본래 취지를 생각할 때, 외부에서 오는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제약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에겐 관피아법 중 예외조항이 적용될 소지는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3항의 6에 따르면 '채용계약에 따라 일정기간 전문지식 기술이 요구되는 직위에 채용되었다가 퇴직 후 임용 전에 종사하였던 분야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을 승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동민 행정자치부 사무관은 "개방형 직위를 거쳐간 사람들에 대한 공직자윤리법적용은 예외조항도 있고 그렇게 폐쇄적이진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퇴직공직자에 대한 취업제한율이 20%인 만큼 개방형 직위를 거쳐간 인재들이 민간기업 취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260건을 심사해 총 51건에 대해선 취업제한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취업제한과 취업승인의 기준을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어 부당한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중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직무관련성의 범위를 제도로 규정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가 합리적인 관례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개방형 직위에 지원한 사람들 중 공직에서 창출되는 부당이득만을 노리고 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검증을 통해 걸러내는 시스템을 잘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를 논할 때 퇴직공직자 문제도 있지만, 공직에 계약직으로 3년 내외로 와 있다가 그 네트워크를 이용해 재취업하는 사람들 역시 문제가 돼 왔었다"면서 "어떤 제도든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방형직위제=1999년 5월 공직사회의 전문성ㆍ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민간전문가들을 공직에 등용해 공직사회의 폐쇠성을 개선하고 전문성을 키우자는 목적에 만들어졌다. 한국은행도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개방형직위제의 적용을 받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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