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권리금·임대료 저렴하게 이용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의 경사진 골목에 위치한 한 수제 맥주집. 평일 저녁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로 붐비는 이곳은 경사진 곳에 위치한 덕에 임대료나 권리금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도 건물주나 가게 주인 모두 만족도가 높다. 가게 주인 A씨는 "도로와 접해 있더라도 등기상으로는 지하 1층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물주도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으니 서로가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1층같은 지하1층' 상가가 알짜배기 틈새상권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사가 있는 곳에 위치한 건물은 전면에서 보면 지상층으로 보이지만 건물 뒷편에서는 절반정도가 지하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곳은 등기상 지하1층으로 분류되므로 건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용적률을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층은 용적률에 원래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표면상 1층에 해당하는 지하층을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만 용적률 상한을 넘지 않으면 된다"면서 "건물주로서는 용적률을 초과하지 않으면서 지하층에서도 높은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연희동은 제2종에서 제3종으로 종상향에 번번이 실패해 건물주들이 용적률 제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사지라는 악조건이 도로를 한쪽면에 낄 경우 호조건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건물 한쪽면만 반지하인 층에서 가게를 냈다면 임차인 가게 주인도 훨씬 이득이다. 경사진 곳은 보통 평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저평가 돼있는 곳이 많아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경사지에 있는 점포라 하더라도 유동인구나 잠재수요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평지에 위치한 곳에 비해 입지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권리금이나 월 임대료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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