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러 면모로 살피고 삶의 양상들과 역사를 곱씹어 보면서,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혁명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저 다혈질적이고 저 전투적이고 저 외눈바기의 '분노'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분노는 아름답고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다. 하지만 분노는 유통기한이 있다. 그것은 분노할 대상이 분노로 바뀔 수 있는 전망이 있을 때이며, 분노를 돌이켜 보아 그것에 사심이 없을 때이다.
정치는, 끝없는 불화와 이견에 대해 내놓은 인간의 지혜이다. 상대를 진압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불화와 이견을 그대로 둔 채 평화로울 수 있을까. 이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향한 열정이 바로 정치이다.
좀 답답한 채로 놔두고, 지금 우리의 여건 위에서 있는 힘을 다해 인간의 한계들을 떨쳐내보자는 노력이 이제 우둔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긍정주의의 멍청함에 대해 그간 오래 조롱해왔지만, 그리고 그것이 독재자들이나 부자들의 십팔번이라고만 여겨왔지만, 이제 오래전 읽었던 '신념의 마력'이나, 요즘 유행하는 '창조리더십' 따위의 책을 곰곰 들여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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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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