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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년 보장'은 "환영"…권리금 회수방안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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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카페골목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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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고모(51)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얼마 전 건물주인이 바뀌면서 재계약을 하는데 월 임대료를 50만원 더 올려달라고 해서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못 내겠으면 가게를 비워달라고도 했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380만원. 환산보증금(월세 포함해 보증금으로 환산한 금액)이 4억원을 초과해 임차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씨는 이곳에 오기 전에도 선릉역 근처에 도시락 판매점을 열었다가 권리금 2억원을 못 받고 쫓겨났던 경험이 있다. 고씨는 "저번처럼 또 권리금을 떼일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임대료 인상에 합의해줘야 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23일 서울 시내 대학가 등에서 만난 상가임차인들은 긴 한숨을 토해냈다. 막다른 곳에 내몰린 이들은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방안'에 대해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장모(32)씨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요 상권은 대부분 환산보증금 4억원을 넘기 마련이고 건물 자체의 매매도 자주 있는 편"이라며 "환산보증금 규모에 관계없이 건물주가 바뀌어도 일단 기존과 같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장씨는 "임대인이 바뀌면 월 임대료 인상 압박이 들어오는데 이때 대부분은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권리금도 회수 못하고 가게 문을 닫는다"고 했다.

서울 충무로에서 분식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는 현재 건물주인을 상대로 임대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씨는 "2년 계약 끝나고 계약을 연장할 때 월 임대료를 말도 안 되게 올려놓고 안 되면 권리금을 내놓고 나가라고 했다"며 "애초에 월 400만~500만원 수익이 나는 자리라고 속여 권리금도 본인이 받아놓고 이제 와서 내가 낸 권리금도 못 돌려받고 쫓겨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책이 시행되면 적어도 권리금을 건물주가 가져가는 문제나 짧은 계약기간으로 생기는 문제는 줄어들 것"이라며 "왜 진작 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느냐"고 했다.

반면 권리금 회수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최모(47·여)씨는 "어차피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고 계약서도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데 나중에 가서 피해봤다고 얘기해봤자 증명이 안 되지 않느냐"며 "뭘 하든 임대인이 갑이고 임차인이 을인 현실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상수동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권리금 피해를 줄이려면 결국 거래 자체가 투명해져야 하는데 권리금은 통상 이중계약이나 계약서 없이 영수증 수수 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권리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대책에 포함된 표준계약서도 권고사항일 뿐이지 법적 효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임대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의 임대인들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3층짜리 상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조모(38)씨는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실효성이 좀 떨어진다 할지라도 결국 임차인들의 권리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5년 동안 무조건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씨는 "예를 들어 옆 건물 주인은 신규 계약으로 월 임대료로 500만원을 가져가는데 나는 새로 매입한 건물에 있던 기존 임차인에게 300만원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앞으로 임대계약 5년을 무조건 보장해줘야 하는 것도 모자라 계약기간 종료 후 신규 임차인 문제에서도 2개월간 협조해야 한다는 건 임대인들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이 대책이 시행되면 임대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24일 임차인 간 거래되는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임대인에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새 임차인과의 계약 협력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협력 의무는 계약 종료 2개월 후까지, 계약 종료 3개월 전 임차인에게 갱신거절 의사를 통지한 경우에는 계약 종료일까지 지속된다. 또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x100)에 상관없이 모든 임차인은 계약기간 도중 임대인이 변경됐더라도 5년 동안 계약기간을 보장받는다. 지금까지는 환산보증금 4억원 이하(서울)에 한해 계약기간이 보장됐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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